부산, 국제행사 유치전 노하우
APEC 정상회의 활용 가능성
경주·제주 외 라이벌 등장 주시
시 “무서운 상대일 수밖에” 경계
▲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2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 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아쉽게 불발되면서 부산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부산시는 이번 엑스포에 사활을 거느라 비교적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에 집중도가 낮았는데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현재 진행형인 정상회의 유치전에 활용할 수도 있다. 정상회의 유치 경쟁 구도가 사실상 경주와 제주 그리고 인천, 이렇게 3파전이라고 봤던 인천시 입장에선 막강한 라이벌이 등장하는 셈이다.

지난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2030엑스포 유치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돌아가자 부산은 2035엑스포 유치에 다시 한번 도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2035엑스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 부산은 2030엑스포에 몰두하며 쌓은 외교적 역량과 경제계 유대 등 내공을 당장 다른 유치전에 접목시킬 가능성이 크다. 오는 2025년 11월, 20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열릴 APEC 정상회의의 개최도시 유치전이 그 대상으로 유력해 보인다.

개최도시 유치에 출사표를 낸 지자체는 인천과 제주, 경주, 부산이다.

인천시는 국제회의장과 숙박시설, 공항 인접성, 교통 등 주요 심사 기준에서 모자람이 없다는 자체 평가 속에 엑스포 챙기느라 바쁜 부산을 제외하고 경주, 제주를 주요 경쟁 도시로 설정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인천이나 제주, 경주는 유치 서명 운동이나 콘서트 등 행사를 다양하게 이어가는 반면 부산에선 정상회의 관련 대외적인 일정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부산엑스포 꿈이 5년 뒤로 연기되면서 부산이 눈앞에 있는 정상회의 유치에 열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부산이 상대적으로 정상회의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나 엑스포 불발 이후 올 연말 외교부가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꾸리는 것에 맞춰 부산이 속도를 낸다면 무서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 2005년 부산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를 치른 바 있다.

일각에선 APEC 정상회의나 2024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 등 각종 행사 유치에 열중인 인천시가 부산엑스포 무산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엑스포 개최와 맞물려 추진해 온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등 부산 현안 사업에 대한 차질과 함께 이미 투입한 예산 등 '실패'했을 때의 계획도 공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인천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APEC 정상회의 유치 추진에 6억7000만원,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는 2억원이 세워져 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