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명인 '더 감'오점근 대표
클래식 마니아 기쁨 되찾아줘
▲ 인천 연수구 청량산 기슭에 위치한 아날로그 음향기기 수리 공간 '더 감' 오점근 대표가 오디오 기기를 수리하는 모습.

인천 연수구 청량산 기슭에 '더 감(感)'이라는 공간이 나온다. 얼핏 정체를 알 수 없는데 내부로 들어서자마자 들리는 음악소리와 수많은 오디오를 마주하면 클래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란 직관이 든다.

이곳은 아날로그 음향기기 수리만을 취급하는 이른바 전파사다. 음악 애호가들은 옛날식 오디오를 통해 특히 클래식 듣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날로그만이 전달하는 음색과 원음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우세한 감각이 있어서다.

그래서 골동품이라고 여겨질 아주 오래된 오디오를 누군가는 소중히 소장하고 음악을 즐겨듣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오디오가 고장 나면 문제다. 더는 해당 제품을 만든 제조사를 찾을 수 없거나 부품을 구할 길 없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런 문제가 '더 감'의 오점근 대표 손을 거치면 해결된다. 오랫동안 일본과 국내의 음향기기 회사에 다닌 오 대표는 어릴 적부터 클래식에 심취해 있던 터라 이런 애호가들의 고충을 공감하고 있었다.

▲ 인천 연수구 청량산 기슭에 위치한 아날로그 음향기기 수리 공간 '더 감' 내부 전경
▲ 인천 연수구 청량산 기슭에 위치한 아날로그 음향기기 수리 공간 '더 감' 내부 전경

그는 2017년 '더 감'의 문을 열고 한때 기능을 사위어가던 오디오들을 소생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이런 기기들은 수입 제품인 경우가 많아 오 대표는 전 세계를 뒤져 부품을 찾아내고 원래의 아름답고 곡진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작업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장치를 활용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순전히 그의 귀로 소리를 들어 음향을 완성한다. 정성을 쏟기 때문에 어떨 땐 수리까지 1년이 걸리기도 2년이 걸리기도 한다.

이런 그의 기술력을 안 이들이 전국에서 오디오를 들고 찾아오는 바람에 이곳은 이제 클래식 마니아들의 성지가 됐다.

일본강점기 때 물건부터 대를 물려 내려오는 커다랗고 투박한 규모까지 다양하게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최상의 소리를 들으려는 목적으로 이 공간을 찾는 이들이 생기면서 지금은 음악감상실이나 문화 사랑방 같은 역할도 하고 있다.

굽이굽이 역사와 유구한 사연을 지녔을 기계를 하나의 생물과도 같이 이야기 나누는 심정으로 대한다는 그는 악기마다 가진 특징마저 구별해 전달하는 소리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오점근 대표는 “좋은 오디오일수록 클래식을 틀면 오케스트라 단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까지 상상이 된다”며 “그런 소리를 즐겼을 애호가들에게 다시 기쁨을 되찾게 해주는 역할”이라고 했다.

/글·사진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