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패션상가인 밀리오레가 운영권을 놓고 상인들과 운영회사간에 갈등을 겪으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밀리오레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2∼3년사이 경기도내에는 모두 50여개의 대형 패션몰이 우후죽순 들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IMF이후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나온 명예퇴직자들이 생활안정을 위해 퇴직금을 이용, 안정된 ‘투자처’를 찾았고 이를 노린 ‘너도나도식’분양이 봇물처럼 이뤄졌기때문.
 그러나 분양사들은 당시 시중금리보다 높은 이익배당 등을 미끼로 투자자와 상가 분양자들을 끌어모았으나 분양이후 나몰라라 하는바람에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 같은 피해를 투자자의 잘못된 선택탓으로 보아넘기고 있어 앞으로 비슷한 피해사례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밀리오레식 분양피해 실태 ▲패션몰상가 붐은 거품? ▲정부가 나서야 한다 등 3회에 걸쳐 패션몰문제를 긴급 연재한다.<편집자 주>
 
 지난 4일 오후 수원 밀리오레 상인연합회 상인 250여명은 서울 명동 밀리오레 본사앞에서 상가분양과 운영관리에 대한 각종 의혹과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회사측을 집중 성토했다.
 이 들은 이날 수원 밀리오레 운영사인 (주)성창F&D가 상가분양과 운영과정에서 권리금 성격의 ‘개발비’를 돌려주지 않기 위해 분양계약서를 변조하고 분양상가면적을 늘리는 등 각종 편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강병도 수원 밀리오레 상인연합회 회장은 “회사측은 상가분양 당시 불투명하게 계약을 하는가 하면 대출과정에서 계약서를 바꿔치기 했다”며 “또 밀리오레 운영사측도 자신들의 주머니만 채우는데 급급, 소상인들을 모두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밀리오레 상인들의 거리투쟁은 이 곳 수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구 등 6곳 밀리오레 상인들도 이 들과 같은 피해를 보고 있다며 1년넘게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7월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의류패션몰 세파월드 투자자와 상인들도 편법 분양 및 부당한 개발부담금때문에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점포문을 닫아 원금도 찾지 못하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세파월드 운영사를 상대로 법원에 고소장을 냈다.
 이 들은 세파월드 분양사와 운영회사가 분양당시 5천만원을 투자하면 월 2백만원이상 수익을 책임진다는 허위광고를 통해 300여명의 투자자를 끌어모은뒤 개발비 명목으로 1천∼2천만원가량을 받았으나 영업이 극히 부진,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은 상태라고 주장했다.
 세파월드측이 개발비, 운영비 명목으로 구좌당 수 천만원씩 받아갔으나 상가는 제 구실을 못하고 있어 투자금은 고사하고 금융이자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
 이 처럼 서민들이 주로 몰려드는 패션몰에서 분양관련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수원 밀리오레 상인들에 따르면 성창 F&D는 지난 2000년 12월 수원 밀리오레 2천여 상가를 분양하면서 분양대금에 상가운영비, 홍보비, 인테리어비용 등으로 1구좌(1.5평)에 많게는 2천7백만원(총 분양대금 6천2백만원)에서 적게는 1천1백만원(총 분양금 3천7백만원)을 ‘개발비’라는 명목으로 포함시켜 모두 3백억원가량을 받았다.
  성창측은 분양당시 ‘임대기간 5년안에 임차인의 귀책사유 없이 임대차가 만료된 경우 그 때까지 집행하고 남은 금액을 임차인에게 반환한다’고 계약서에 개발비성격을 명시했다.
 그러나 성창측이 정작 계약당시 상인들에게 내놓은 계약서에는 ‘개발비’를 ‘장기 임대료’로, ‘반환한다’를 ‘5년뒤 반환의무 소멸’로 고쳐져 있어 개발비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처지가 됐고 실제 수원 밀리오레에서만도 190여명이 고쳐진 약관때문에 ‘쓰고 남은’개발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분양된 점포도 당초 회사측이 선전한 내용보다 크게 늘어났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상인들은 “성창측이 1천7백여개의 점포를 분양하겠다고 계약자들에게 설명했으나 실제로는 2천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홍성수기자> sshong@incheo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