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서 28일까지
시간과의 투쟁 등 담아낸 30여 점 전시
드로잉·아크릴 물감·금·은박 등 작업
▲ 변건호 작가 모습. /사진 제공=변건호 작가

변건호(75) 전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장이 오는 28일까지 서울 인사동 관훈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

작가는 평생 화두로 삼아온 '생명본질'에 대한 탐구와 그에 대한 결과물을 평면 조형구도로써 풀어낸 대형 작품 30여점을 내걸었다.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의 작업실에서 심혈을 기울여 그려낸 평면조형 대작 중심이다.

▲ 변건호 '황금박쥐상' 함평군. 2008.
▲ 변건호 '황금박쥐상' 함평군. 2008.

공예·디자인·미술의 융합 개념인 '조형디자인'의 정착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해온 변건호 작가는 많은 화제를 뿌렸던 전라남도 함평군 황금박쥐 서식을 기념한 '황금박쥐상' 작가이기도 하다.

투병하는 가족을 돌보며 그의 작업은 한층 심오한 평면작업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에는 홍익대 앞 홍갤러리에서 환자용 링거, 물고기 등 독창적인 형상을 화면에 도입하고 한지 위에 연필, 크레용, 금박 등 다채로운 소재를 활용해 그림을 그렸다. 화면 위를 자유롭게 종횡하는 선(線)이 작가의 어지러운 마음을 대변하듯 휘몰아치는 광풍을 떠오른다.

▲ 변건호 작가 <신생명조형전Ⅲ> 전경. /사진제공=변건호 작가

올해 작품들은 한층 깊이감을 더한 분위기다.

작품 'Neo Cosmos 2023-No.15'와 'Neo Cosmos 2023-No.16'에서는 아직도 환자용 링거의 흔적이 보인다. 'Neo Cosmos 2023-No.2'를 보면 가족의 병으로 인한 절망은 흑과 백, 청과 보라 등 다채로운 색이 어둡게 내려앉아 있다.

그런가 하면 'Neo Cosmos 2023-No.7'은 맑게 갠 듯 짙은 그레이 위에 화이트 컬라가 도포돼 있다.

반세기에 걸친 작가 생활 동안 '생명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왔다. '과연 생명의 비밀은 무엇일까. 광활한 우주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그의 의문은 '생명의 본질'을 작품으로 다루기에 이르렀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생명의 본질을 표현하면서 '새와 꽃'의 아우라와 교감으로도 표현했다”며 “과거의 저 자신과 조우하는 동시에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두포리에서 완성한 평면조형 세계에서도 입체 작품들과 다르지 않게 영혼과 공간, 시간과의 투쟁 등을 담아냈다. 이번 발표의 주제 역시 '생명의 본질'에 대한 조형적 탐구이자, 미래를 향한 힘찬 태동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변건호 건축조형물 모습 /사진제공=변건호 작가

앞서 변 작가는 <혼돈과 질서>전(1995)에서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허무는 조형작업을 선보였다.

변 작가는 “혼돈에서 생명과 질서가 나온다”는 작가는 “입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평면 속에 입체가 있고, 입체 속에 평면이 있다”고 말했다.

3차원 조형물을 하려면 2차원 평면 작업부터 해야 하니, 조형작품과 드로잉, 회화는 늘 가깝기 마련이다. 물감의 마티에르가 두꺼워졌고, 표현 방식과 색감도 심경의 변화만큼이나 지난해 작업과 달리 변화했다. 마치 자유로운 영혼이 마음껏 우주를 유영하듯 깊이 있는 조형세계를 표출하고자 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작가는 이번 작업을 위해 한지 또는 캔버스 위에 무수한 드로잉과 평면 구상을 시작으로 아크릴 물감과 흑연, 색연필, 크래용, 금박, 은박 등을 이용해 외연을 확장하는 조형을 시도했다.

작가는 “지금까지 '생명 탄생의 비밀'을 주제로,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탐구했는데 '생명이란 어디로 간다기보다 바로 그곳에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조형의 세계는 곧 시공의 예술이자 연속된 삶과 생명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