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혁신 자치행정부장.
▲ 조혁신 논설실장

지난달 'KBS 인천방송국 설립으로 잃어버린 인천뉴스 40분 찾기'라는 부제가 달린 '인천시민 방송주권찾기 토론회'가 열렸다. '잃어버린 인천뉴스 40분'은 뭐고, '방송주권'은 또 무슨 소리인가?

필자를 비롯해 대부분 사람이 방송주권이라는 말이 생소할 테다. 쉽게 풀어 말하자면 공영방송인 KBS가 부산, 창원, 대구, 광주, 전주, 대전, 청주, 춘천, 제주에 방송총국 9곳을 두고 진주, 안동, 포항, 목포, 순천, 충주, 원주 등 지역방송국 7곳을 두고 있는데, 인천에만 공영방송 KBS가 존재하지 않아 방송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KBS는 수원에 경인방송센터를 두고 있다. 그러나 방송 내용이 경기 남부 지방 중심이다. 결론적으로 인천은 공영방송 사각지대이다.

인천이 공영방송 사각지대에 놓이다 보니 인천 소식은 전무하다시피 하며, 그나마 인천 소식이라고는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만 다뤄지고 있다. 즉 인천이 '마계인천'으로 비하되는 등 부정적인 모습으로만 비치고 있다. 몇해 전 모 정치인이 방송에 출연해 “이혼하면 부천 망하면 인천”, 즉 '이부망천'이라는 망언으로 인천시민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그런데 현재 KBS 등 지상파 방송에서 인천을 범죄의 온상인 양 보도하는 걸 보면 모 정치인의 '이부망천' 발언은 농담 수준이다.

인천시민 방송주권찾기토론회에 토론자로 말석에 앉아 학계 전문가와 KBS 관계자 등 발제자들의 주제 발표를 들으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다. '왜 인천은 서울의 변두리로 취급받고 있는가'라는 생각 말이다. 먼 고대사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실 인천은 서울의 형님 도시였다. 기원전 고구려 주몽(동명성왕)이 유리를 태자로 삼자 비류와 온조 형제가 유리의 탄압을 피해 남쪽으로 피신했는데, 형 비류는 미추홀(인천)에 나라(비류 백제)를 세웠고 동생 온조는 위례성(서울)에 나라를 세웠다. 물론 고대사에는 형 비류는 망했고 동생 온조는 흥해서 백제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설화인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는 고리 골짝의 옛일이지만 당시 '비류 백제의 저주'가 지금껏 이어져 오는 것은 아닌가.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의 '밤비노의 저주',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 따위는 2000년 넘게 이어져 오는 '비류 백제의 저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스쳐 헛웃음만 나왔다.

인천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인구 300만여명으로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5.8%를 차지한다. 현재의 발전 추이 및 성장 가능성을 볼 때 인천이 제2의 도시 부산을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따라서 KBS한국방송조차 없는 서울의 변두리로 대우받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지역방송은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으로서 기능과 지역 정체성 확립,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며 지역 발전과 지역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인천에 KBS 방송국이 없어서 지역 정체성 확립과 지역 발전, 지역 민주주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물론 KBS 인천방송국이 생긴다고 해서 양질의 지역성을 담은 콘텐츠와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현재 KBS의 구조 상 KBS 인천방송국 설립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천시민의 방송주권찾기의 본질이 지역성 강화와 지역의 공론장 역할 강화라고 전제한다면, 그 의미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인천시민의 방송주권 찾기 운동은 단순히 KBS 인천방송국 하나를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이는 300만 인천시민의 자존감의 문제이며, 정체성의 문제이다. 지방자치분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잃어버린 인천뉴스 40분 찾기'만이 아닌 서울 변두리 취급을 받아온 '비류 백제의 저주 2000년'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조혁신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