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보다 무서운 '대입 개편'

올해 중학교 2학년 대학 입시부터
내신 5단계·문이과 통합수능 핵심

현장선 고교학점제 무력화 우려
고1 상대-고2·3 절대평가 초점

대학들 변별력 확보 방안 혼란
수시, 수능 반영·면접 추가 검토
▲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 발표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교육부가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입시를 치르는 2028 대학 입시 개편안을 발표한 뒤 한 달여가 지났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지 못하고 있다.

5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2028 대학 입시 개편안은 학생 성취 수준에 따른 5단계 절대평가(A∼E)를 시행하면서 상대평가 등급(1∼5등급)을 함께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1등급은 10%, 2등급 24%로 학생들은 기존(1등급 4%, 2등급 7%) 보다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

수능의 경우에는 기존 9등급제를 유지하지만 기존 사회탐구 2과목(문과), 과학탐구 2과목(이과) 선택에서 문·이과 관계없이 공통사회와 공통과학을 모두 치러야 한다. 교육부는 이런 변화에 대해 고등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대평가 등급 폭이 기존보다 넓어진 데다 수능도 중학교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을 공통사회·과학에 포함하기 때문에 학업량이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2025년 시작되는 고교학점제 '무력화' 우려

교육부의 설명에도 대학입시 제도 개편 발표 이후 교육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무력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5년부터 시작하는 고교학점제의 기존 방침은 고1 과정에서 상대평가를 2, 3학년의 경우 절대평가 시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고교학점제는 고1 과정에서 고교에서 배워야 할 필수적인 내용을 배우고, 2학년과 3학년에는 '일반, 진로, 융합' 선택 과목을 진로와 적성에 따라 학생 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는 "개편안은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의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내신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게 할 것"이라며 "한 과목이라도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수시 모집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입시 경쟁은 3년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교사들도 고교학점제 체제에서 매 학기 절대 평가와 상대 평가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교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를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문항 출제, 과목별 세부능력 평가 기록 등에 부담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 교육부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연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에 대한 '찾아가는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정성훈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대학 변별력 약화? 학부모 혼란

수능과 내신 체계가 모두 바뀌면서 대학들의 입시 요강 변화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학들이 입시 요강에서 변별력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방안들을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정환 고려대 인재발굴처장은 지난달 '2028 대입 개편 시안 학부모 정책설명회'에서 "정시에서 교과를 볼 수 있고 수시에서 학생부를 볼 때 학생이 어떤 과목을 들었는지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연세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들도 입학생 선별을 위해서 수시임에도 수능 성적을 반영하거나, 면접 전형 요소를 추가·강화하는 방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가의 각종 입시 설명회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2 이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인다.

의정부에서 중2 자녀를 두고 있는 한 학부모는 "문과 성향이라고 해서 과학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개편안 발표 이후 고등학교에서 내신 1등급을 받으려면 중학교 때 어떤 선행을 해야 하는지 학부모들 사이에서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관계자는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한, 9등급이든 5등급이든 경쟁의 압박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원근 기자 lwg1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