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경기 팝업갤러리 '제우스와 박수무당'전]

서울 금호 알베르·파주갤러리지지향
경기 11인·팀서화 추천 작가 9인 꾸며
AI가 촉발 인간 본성 질문…회화작품도 전시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금호 알베르에서 진행 중인 네오헤리티지 2023 <제우스와 박수무당> 전시장 전경

제우스와 박수무당. 생경하고 낯선 두 단어의 조합은 이 전시의 성격을 명확히 말해준다. 예측불가능의 영역으로 접어든 과학기술의 발전, 이로 인해 인류가 당면한 존재론적 질문을 제시하며 또다시 새로운 존재를 창조하려는 본성을 은유한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경기지역 시각예술작가 발굴 및 미술품 유통 활성화를 위해 '2023 경기 미술품 활성화 사업'으로 진행 중인 '아트경기 팝업갤러리'는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금호 알베르와 파주 갤러리지지향 등에서 독창적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에서 진행 중인 네오헤리티지 2023 <제우스와 박수무당>은 협력사업자 팀서화(도연희, 김성우)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경기 선정작가가 11인과 팀서화 추천 작가 9인이 꾸민 전시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회화,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AI가 촉발한 인간 본성에 대해 “우리는 왜 신을 창조하려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인지 관람객들은 전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한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신성의 매커니즘과 관념의 존재들은 낯설고 이질적인 형상으로 본능적 반감을 불러일으키지만, 동시에 존재의 본질에 호기심을 느끼는 본성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전시장에 들어서 처음 마주하는 김대운 작가의 작품들은 예술가들이 생명 창조에 대한 욕망적 근원을 어떻게 바라보고 분해해 재창조 하는지, 만들어낸 존재에 어떻게 서사와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금호 알베르에서 진행 중인 네오헤리티지 2023 <제우스와 박수무당>전에 전시된 리혁종 작가의 '다이달로스' 모습
▲ 지난달 21일부터 서울 금호 알베르에서 진행 중인 네오헤리티지 2023 <제우스와 박수무당>전에 전시된 리혁종 작가의 '다이달로스' 모습

이카로스에게 태양으로 날아오를 날개를 만들어준 리혁종 작가의 '다이달로스', 5개의 손을 가진 인터랙티브 AI로봇을 형상화한 왕지원 작가의 'mechanical Xanadu'는 폐자연목과 우라탄이라는 각기 다른 소재로 이상향, 도원경을 향하는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과 그 대서사 속에 담긴 존재론적 모순에 대한 냉소적 유머를 표현한다.

전시장 1~3층을 관통하는 최태훈 작가의 '살(SAL)', 김기대 작가의 '고딕'은 전시장 천장에 예수 그리스도를 페인팅한 김성우 작가의 '해질녘 허수아비는 파란 들판에서 서서'가 내리는 빛과 어우러져 전지자로서의 신적 존재와 조각조각 해부돼 재탄생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전시장 지하로 내려가면 이른바 '멍게신'을 통해 전하는 최정은 작가의 '두번째 행하시는 말씀'과 하승완 작가의 'uriel' 등 회화 작품들, 박제성 작가의 비디오 아트 '함께 물에 들어갑니다'를 비롯해 관념의 신을 재창조한 듯한 정성진 작가의 '카운터 가제트', '힘의 계승', 임승균 작가의 'PHOTOGRAPH'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전시장 2~3층에선 구서이, 박일종, 이세준, 김수정, 김용호, 김현호, 나광호, 박소현, 박제성, 하지인 등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 작가들의 다양한 회화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오는 11일까지 진행되며, 지난달 31일까지 진행됐던 1부에 이어 상당수 작품이 교체된 2부가 진행된다. 관람료는 무료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