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하면 많은 사람이 에펠탑, 개선문, 루브르, 센 강 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필자에게 파리가 특별한 도시로 인상 깊게 하는 곳은 바로 판테온이다. 파리 판테온은 살아생전에 인류와 프랑스를 위하여 헌신한 사람들을 모셔 놓은 '명예의 전당(신전)'으로, 입구에는 “조국이 위대한 사람들에게 사의를 표하다”는 문구가 새겨있다. 판테온을 '프랑스의 위인들을 안장한 국립묘지'(나무위키)로 소개하는데, 국립묘지는 맞지만 한국처럼 군인이나 경찰 등 공직에서 순직한 사람을 안장한 곳이 아니라, 학자·문인·예술가 등 일반인 가운데 프랑스를 빛낸 위인들을 모신 공간이다.
판테온 내부를 들어가 보면, 프랑스 정신이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납골당 지하 입구에는 열린 공간에 루소와 볼테르가 마주보며 영면하고 있다. 그리고 크기가 다른 여러 방이 있어 빅토르 위고, 생텍쥐페리, 퀴리 부부, 에밀 졸라, 모네 등이 잠들어 있고, 상당한 공간이 앞으로 올 위인을 위해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판테온이 위치한 장소이다. 판테온은 파리 중심가에 입지해 있고, 바로 옆에는 프랑스 명문 소르본 대학이 있다. 소르본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매일 판테온 앞을 지나며, 미래에 프랑스와 세계를 위해 공헌하여 자신도 이곳에 묻히는 꿈을 꾸며 공부를 할 것이다.
판테온은 단순히 위인을 모신 공간이 아니다. 바로 프랑스 미래들에게 삶의 롤 모델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우리의 삶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 세종대왕, 이순신, 안중근, 홍범도 등 많은 위인은 듣고 배웠지만, 막상 내 삶과 연결하여 닮고 싶은 롤 모델을 찾기는 어렵다. 그런데 파리에는 이것을 일깨워주는 공간이 있다. 바로 판테온이다. 그것도 대학 옆에 학교를 오가는 미래들에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면 이곳에 올 수 있다는 꿈을 심어준다.
위대한 사회와 국가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존경하고 추앙하고 기념하는 시민사회가 형성되어야 위대한 사회와 국가도 만들어진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도 어느 도시에선가 위대한 작가, 예술가, 학자, 종교인 등 한국과 인류발전을 위해 공헌한 위인을 모시는 명예의 전당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직 여기에 눈을 뜬 정치지도자가 없는 것 같아 아쉽다. 파리는 품격이 있다. 루브르, 에펠탑,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때문만이 아니라, 바로 판테온이 있어 타 도시와는 다른 품격이 있다.
/김천권 인하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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