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 김혜진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심장이 찢기는 피해자들이 왜 오히려 악마가 돼야 하나요?”

'수원 대규모 전세 사기' 관련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한 피해자에게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임대인 정모씨 일가가 처음 얼굴을 드러낸 날, 수십명 피해자들은 정 씨 일가를 붙잡고 그동안 참아온 억울함과 분통을 터트렸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사진에서 현장이 그대로 느껴졌다. 쫓기듯 가는 정 씨 일가를 따라가며 '전세금 내놓으라'고 외치고 따지는 피해자 모습을 그린 기사를 보고 그는 “자극적으로 써야 좋은 건 이해하지만…”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부와 정치권이 마련한 법도,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정책도 완전히 피해자 편이 아닌 절망적 상황 속에서 이들을 대변해주리라고 생각한 마지막 창구인 언론조차도 그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는 평가를 받은 느낌이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는 개인 불운이 아닌 사회재난이다. 사회초년생·고령자·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 피해자들은 갑작스레 찾아온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재난 피해자들에겐 무엇보다도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 주거 약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피해자 중심 관점과 접근이 세심해야 하는 때다.

그동안 인천 미추홀구, 서울 강서구 등 잇따른 피해 전례가 있었음에도 '반쪽짜리 특별법', '빈틈 많은 제도' 등으로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받기 위한 대책은 요원했다.

이번 만큼은 피해자들이 정부와 정치권, 지자체 등이 제시한 전세 사기 '특단' 대책을 적용받길 기대한다. 아울러 나부터도 전세 사기 피해 사건 자극성에만 귀 기울이지 않는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김혜진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