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에 올라온 한강 공원 내 미국흰불나방 유충 목격담./사진=엑스(구 트위터) 캡처

러브버그에 이어 이번엔 '송충이'?

서울 한강 공원에서 잇따라 송충이 출몰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실제 이 벌레는 송충이가 아닌 미국흰불나방 유충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부터 여름철 도심을 들썩이게 한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토양을 비옥하게 하는 익충인 데 비해 이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활엽수 잎을 갉아먹으며 주로 도심의 가로수·조경수·농경지 과수목 등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산책로를 기어가는 미국흰불나방 유충./사진=연합뉴스

SNS에는 선선한 가을을 맞아 한강으로 나들이에 나섰던 시민들의 미국흰불나방 유충을 만난 후기가 쏟아지고 있다.

앞선 지난 8월 말 산림청은 "경기·충북·경북·전북 등 전국적으로 미국흰불나방의 밀도 증가가 확인되고 있다"며 발생 예보 단계를 '관심'(1단계)에서 '경계'(3단계)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산림병해충 방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경계 단계는 외래·돌발병해충이 2개 이상의 시·군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거나 50㏊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흰불나방이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 1958년 이후 처음이다.

김민중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박사는 "산림청 조사 결과 미국흰불나방 유충으로 인한 피해율이 지난해 12%에서 올해 27∼28%로 증가했다"며 "올해 (유충이) 많이 나올 경우 내년에도 많이 발생할 위험이 있어 경계로 발생 예보 단계를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어 "개체 수가 늘어난 것을 이상기후 때문이라고만 보기는 어렵지만, 올해의 경우 가을철 온도가 높다는 점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은 평균적으로 암컷 한 마리당 알 600개 정도를 낳고 죽고, 보통 한 해에 암컷이 알을 낳고 죽은 뒤 이 알에서 부화한 2세대가 성충이 된다.

김 박사는 올해 가을철 온도가 예년보다 1∼2도 올라가면서 미국흰불나방 유충 2세대 성충이 낳은 알에서 부화한 3세대까지 성충이 되는 비율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 올해 개체 수가 많이 나온 만큼 알 개수도 늘어나 내년에도 평년보다 유충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활엽수 잎에서 알을 무더기로 낳고 벌레집 안에 숨어 활동하는 종 특성 때문에 미국흰불나방 유충에 대한 방제는 쉽지 않다.

특히 한강공원의 경우 상수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돼있어 살충제 등 화학약품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미래한강본부 녹지관리과 담당자는 "현재 고압 살수로 해충을 떨어뜨린 뒤 정리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떨어져도 다시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거나 옆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완전한 방제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