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서구미래ESG포럼 이사장
▲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서구미래ESG포럼 이사장

인천 서구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SK인천석유화학 부지에 조성된 액화수소플랜트가 드디어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액화 수소는 기체 수소를 액상 상태로 변환해 부피를 줄인 제품이다. 기체 수소보다 부피를 800배나 줄일 수 있어 저장량과 수송량이 대폭 늘어난다. 운송도 쉽고 충전 속도가 빠른 데다 폭발·화재 위험성도 낮다. 액화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이유다. 생산 규모는 연간 약 3만t으로 세계 최대이다. 수소를 대량 생산한다는 점에서 이번 가동은 대한민국의 수소 시대 개막을 의미한다.

서구는 일거양득이 아닐까 싶다. 그간 주민에게 피해를 주어왔던 석유화학공정의 대기 악취를 줄이는 한편, 부생가스로 친환경 수소를 생산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부분도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전국에서 환경 민원이 가장 많았던, 각종 환경 문제로 몸살을 앓아온 60만 인구가 사는 서구가 '수소 도시' '녹색 도시'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알고 보면 서구에는 수소 연결고리가 곳곳에 있다. 단일부지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설비를 갖춘 발전소가 위치하고, 수도권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매립 가스를 수소로 만드는 계획 또한 추진 중이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해낼 수 있다.

오는 12월 31일부터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공공 의무생산자는 2025년 50%, 민간 의무생산자는 2026년 10%를 시작으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해야 한다. 이 시점을 맞아 서둘러 음식물 쓰레기, 축산 배수, 하수 슬러지 등 복합유기물들을 친환경적 바이오 공정을 거쳐 그린수소를 만들어내는 플랜트를 갖추자. 재활용이 힘든 비닐과 플라스틱을 열분해시설로 수소화시키는 시설 설립도 수도권 최초로 시범사업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수소 공급망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수소 소비 영역을 늘려가자. 우선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은 컨테이너 화물 차량들을 조속히 수소차로 모두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물류센터의 허가, 관리조건에 수소차 대체 여부를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기존 물류센터와 공장의 경우엔 여러 인센티브를 부여해 수소차 전환을 유도하자.

인천 서구에 소재한 한 관광 회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버스를 수소 버스로 바꾸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전환점 삼아 다른 버스들도 수소차로 대체하는 계획을 세우자. 또 기존의 주유소와 충전소를 다양한 방식의 수소 충전소로 탈바꿈시키고, 수송용 외에 기업과 가정용(공장발전 및 가스터빈) 수소를 제공하는 도시계획도 필요하다. 서구에는 현대자동차가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생산기지를 만들고, LG마그나도 인천 서구에 터를 잡고 전기차 구동력 시장을 이끌어갈 태세다.

우리나라는 수소도시의 3요소를 주거, 교통 등 주된 도시 생활에서 수소 활용, 수소를 주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시민, 수소생산, 저장, 이송, 활용에 유리한 기반시설 배치로 정의 중이다. 시범도시에서 특화사업으로 진행하는 스마트팜 온수 공급, K-Water 신재생 발전설비 연계 수전해 수소생산 추진, 수소드론 산불관리, 수소놀이체험관 추진 등은 인천 서구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리라 본다.

수소 생산·공급을 다 갖출 수 있는 수소 전진기지 인천 서구, 여기에 관심과 행동이 더해지면 대한민국을 바꿔낼 수소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 하지만 수소액화플랜트가 준공되었어도 인프라 구축과 소비계획이 더디게 진행되고 결정된 사항도 미뤄지는 경우가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 파티비롤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로드맵에서 “2050 탄소중립의 핵심은 결국 수소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수소는 암모니아와 함께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한계성을 보강하여 융합으로 이끈다. 어차피 대한민국의 탄소중립을 이끌 원동력은 '수소'이고 미래를 이끌 1등 산업경쟁력임을 기억하고 더 속도를 내자.

/이재현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초빙교수∙서구미래ESG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