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 11일째인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알아흘리 병원이 공습을 받았다. 외신은 이날 오후 벌어진 병원 공습으로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이스라엘은 이번 참사가 하마스의 로켓 공격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간 교전 11일째인 17일(현지시간)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내 한 병원이 공습을 받아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

국제사회가 일제히 충격에 빠진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서로 자신의 탓이 아니라며 공방만 벌이고 있다.

AP,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오후 가자시티의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수백 명이 다친 데다 아직 건물 잔해 밑에 수백 명의 희생자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해 사망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공습으로 인한 희생자 다수가 어린이들로, 병원 측은 병원 발전기의 연료가 "당장 내일이면 떨어질 것"이라며 "가자의 의료는 몇시간 안에 붕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자 약 350명을 가자시티 내 다른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여전히 "장비도, 약도, 침대도, 마취제도 부족하다"며 "모든 게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당국과 하마스는 이번 폭발의 원인을 이스라엘군의 공습 탓으로 돌렸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병원을 겨냥한 것을 두고 용납할 수 없는 "끔찍한 전쟁 학살"이라 말하며 사흘간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하마스는 "끔찍한 학살"이자 "명백한 전쟁 범죄"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맞다면 2008년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큰 피해라고 전했는데, 이스라엘군은 이를 부인하며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작전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가자지구의 테러리스트들이 로켓을 쐈고, 알아흘리 병원 근처를 지나간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리가 입수한 여러 출처의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을 강타한 로켓 발사 실패에 이슬람 지하드의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슬람 지하드 측은 로이터통신에 "거짓말이자 날조이며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학살을 은폐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병원 폭발 소식이 알려지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이라크, 이란 등 이슬람권 국가들에선 잇따라 이스라엘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공포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이스라엘로 축국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FP, 연합뉴스

책임이 어느 쪽에 있든 간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 충돌을 외교적으로 풀기엔 한층 더 어려워진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보여주면서도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확대를 막고자 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로 출발했다.

이번 참사의 여파로 이스라엘 방문 당일인 18일 요르단 암만에서 아랍 지도자들과의 회동이 무산된 가운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중동 내 긴장 완화에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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