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10월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 이후 50년 만에 이스라엘에 대한 최대 공격이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 새벽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에 대규모 기습 공격을 감행했다. 세계적인 정보기관이라는 모사드(Mossad)도, 철통 방어시스템이라는 아이언돔도 속수무책이었다. 벌써 사망자만 2000명을 넘어섰다. 양측의 사상자 집계와 별개로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무장대원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는 속보도 전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제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자칫 5차 중동전쟁으로 비화하지는 않을지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실상 하마스가 통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길이 40㎞, 너비 8㎞의 남북으로 길쭉하게 뻗은 직사각형 모양이다. 면적이 약 360㎢ 정도로 우리나라 거제도보다 약간 작지만 인구는 200만명을 웃돌아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편이다. 겉으로는 자치령이지만 그 속사정을 알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통곡의 땅이다. 그 통한의 역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가자지구는 흔히 '지상 최대의 감옥'으로 불려왔다. 실제로 감옥처럼 사방이 꽉 막혀 있다. 동쪽과 북쪽은 이스라엘이 설치한 8m 높이의 콘크리트와 철조망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남쪽은 이집트와 국경이다. 서쪽은 지중해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그 좁은 지역을 벗어나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벌써 수십 년째 충돌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조치는 일상이 돼버렸다. 그렇다보니 이곳 주민들의 삶이란 더는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물도, 식량도, 생필품도 구하기 어렵다. 실업률은 무려 50%에 달한다. 국제사회의 지원 없이는 더는 버틸 수 없는 땅이다. 이처럼 지독한 가난은 절망을 배태시켰고, 그 절망은 다시 극악한 분노를 키워냈다. 하마스의 잔인한 도발은 그렇게 축적된 셈이다. 이스라엘이 사방을 에워싸고 끝없는 압박과 봉쇄를 해왔지만 그 결과는 '하마스'라는 괴물의 탄생과 그들의 잔인한 도발로 표출된 셈이다.
가자지구의 눈물은 이제 피눈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은 '피의 보복'을 선언했다. 더는 기대할 것도, 피할 곳도 없는 하마스가 어떻게 나올지도 뻔하다. 죽고 죽이는 살육전이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이스라엘이 그토록 외쳤던 '압도적 힘'에 의한 평화가 이런 것인지, 끝없는 압박과 봉쇄로 무엇을 얻어냈는지도 묻고 싶다. 대신 평화 비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전쟁 비용보다는 훨씬 싸다는 사실도 다시 깨달았으면 좋겠다. 지상 최대의 감옥 가자지구에 더 이상의 피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하루빨리 전쟁 종식과 중재에 나서길 바라는 마음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