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세대의 네트워크는 산업화 세대의 권위주의 폭압과의 대결의 산물이다. 386 세대는 민족주의와 평등주의라는 이념을 기반으로 20대에 공장이나 빈민가에 투신하고, 30대에 각종 시민단체와 정당을 건설하며, 40·50대에 권력을 장악했다. 이들은 산업화 세대의 연대를 1997년부터 2016년에 걸친 20년간의 권력 투쟁을 통해 와해시켰다. 이를 위해 195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태생 세대와의 연대를 구축했고, 이념적·정치적으로 지지 세력으로 편입해 강고한 투표자 블록을 형성했다. 그리고 민주당과 시민단체에서 핵심 내부자 그룹을 구성해 선출직과 임명직을 독식하는 세대 독점 시스템을 구축했다.
386 세대는 YS와 DJ의 '젊은 피 수혈'과 2004년 노무현 탄핵 사태 때 제도권에 입성했다. 김민석, 우상호, 송영길, 이인영, 우원식, 정청래, 임종석, 이광재 같은 운동권 출신들이 대거 정치권에 등장했다. 이들은 대체로 서울의 강북, 경기도, 인천 등의 손쉬운 지역구를 차지하거나, 지자체장이 되기도 하고, 호남과 386 세대 투표자 블록의 지지를 받아 기득 집단이 되었다. 문재인 정부의 장·차관 63%, 청와대 간부 70%가 386이었다.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은 50대 80명(47.9%), 60대 65명(38.9%)으로 50대 이상이 89.2%를 차지하는 반면, 30대 4명(2.4%), 40대 14명(8.4%)으로 3040 세대는 10.8%에 불과하다.
특정 세대의 과대 대표는 한국 사회의 위기를 초래한다. 과대 대표된 386 리더들의 동질성과 폐쇄성은 사회의 혁신을 저해한다. 고루한 이념에 얽매인 386들이 정치·행정·경제·교육·노동·시민사회 등 분야에서 장기 집권을 하다 보니까 세상의 변화와 혁신에는 둔감하고, 글로벌 생태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응전하는 순발력도 떨어진다. 문제는 386 세대 리더들이 내부 철옹성을 쌓고, 자신들에게 충실히 봉사하는 아랫사람들만으로 조직을 이끄는 점이다. 이런 조직은 타성에 젖고, 리더들은 무능력하며, 상명하복과 아첨을 중시하는 하부문화가 만연한다.
2010년대에 시작된 저성장과 경기 침체의 저변에는 한국형 위계 구조의 경쟁력 상실과 386 세대의 리더십 위기가 자리하고 있다.
386 세대와 권위주의적 정부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세대와 계층, 성별을 대변하는 리더들로 구성된 무지개 리더십을 수립해야 한다. 젊고 아이디어와 에너지로 충전된 젊은이들과 섬세하고 유연한 여성들을 조직의 최상층으로 끌어 올린다면, 경직된 조직문화와 386의 장기 집권으로 인한 정실 인사, 분파적 폐쇄성, 부정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청년세대, 여성, 소상공인 등은 정당과 국가 조직에 자신들 세대의 대표자들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거부하는 정당과 정부에 대해서는 표로 응징해야 한다.
/홍동윤 인천시 시민통합추진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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