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경기본사 사회2부 차장.
▲ 이종철 경기본사 사회2부 부장

하남시 공직사회가 뒤숭숭하다. 동료 공무원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유족 측과 하남시 공무원노조는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악성 민원’ 때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숨진 A씨는 “힘들어 휴직하고 싶다”는 말을 가족에게 자주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이 아내와 자녀를 둬 삶의 의욕에 넘칠 젊은 공무원을 힘들게 했을까.

그는 행정민원 대민 업무를 담당했는데, 체육대회 행사까지 겹치면서 격무에 시달렸다고 한다. 체육대회 행사 준비와 관련해 A씨는 지역 유관단체가 참여하는 단체 대화방을 두고 있었는데, 주민자치단체와 의견 조율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주민자치단체 측 인사들부터 언어폭력과 일과시간 외에 잦은 전화 민원에도 시달리며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게 유족 측의 얘기다. 이 때문에 비극적인 결말을 선택하게 하는 데 웬만큼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 원인이 있다.

주민자치 정책을 강조하면서 정작 그에 대한 책임은 공무원에게만 던져 놓은 게 이런 사태를 몰고 왔다고 본다. 유족 측이 A씨를 괴롭혔다고 거론하는 주민자치단체 관계자들의 면모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영국의 정치학자이자 역사학자 아치 브라운은 저서 <강한 리더라는 신화>에서 “‘강력한 지도자’는 문고리 권력을 부른다”고 했다. “아무리 강한 리더라도 하루는 24시간뿐이기에 보좌관들이 리더의 이름으로(하지만 종종 자기들 마음대로) 결정을 내리게 되는 상황이 닥친다.” 저자는 리더에게는 자기 뜻을 진지하고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의견 충돌을 마다치 않는 정치적 위상을 가진 동료들이 필요하고, 정부 수반은 동료 정치인들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자세라고 조언한다.

현재 하남시는 유족 측과 공무원노조의 악성 민원 주장에 따라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진상조사 특별조직’(TF)을 구성해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로 했다. 진상조사라는 땜질식 처방보다는 근본적으로 조직의 시스템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이종철 경기본사 사회2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