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계(魔界) 인천'. 무슨 영화 제목 같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인천을 비하하는 듯한 말이어서 어처구니 없다. 충격적인 범죄가 인천에서 자주 발생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이 표현이 처음 등장한 건 지난 2017년 3월 초등학생 살해 사건 때였다. 10대 소녀가 저지른 잔혹한 범죄에 대한 한 온라인 기사 댓글에서 비롯됐다. “역시 마계(악마의 소굴) 도시 인천”이란 짧은 글이었다. 금방 사라지리라고 예상했던 '마계'란 단어는 온라인을 통해 꾸준히 퍼져 나갔다. 마계란 말이 붙어 있지 않은 인천 지역 콘텐츠가 드물 정도였다. 특히 강력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흔히 나왔다. '대한민국의 모든 길은 인천에서 시작된다'는 도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별칭'이었다.
그런데 유독 인천에서만 그런 범죄가 발생할까. 아니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결코 그렇지 않다. 실례를 들어 보자.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전국 아동학대 건수는 3만7605건에 이른다. 이중 인천 발생 학대 사례는 2761건으로 인구 1000명당 피해 아동 발견율은 6.36%에 불과하다. 울산 14.7명, 전남 7.7명, 전북 7.6명보다 적다. 일반 범죄 건수도 그렇다. 2021년 기준 인천에서 일어난 범죄는 7만6584건. 경기도(35만7243건), 서울(25만7969건), 부산(10만438건), 경남(8만7879건)보다 적었다. 이만 해도 '마계 인천'은 가당치 않다.
인천을 부정적으로 조명하던 '마계 인천'을 아예 전면으로 내세운 지역 축제가 지난 23일 개항로 일대에서 열려 눈길을 끌었다. 주식회사 개항마을과 인천맥주가 함께 추진한 이 행사는 '2023년 지역 기반 로컬 브랜드 창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여기에선 인천을 나쁘게 이미지화했던 마계란 용어를 활력 넘치는 긍정적 표현으로 활용했다. '인천'이란 도시 상표를 만들어내고자 기획됐다. 축제는 'MAGA E WHATEVER'를 슬로건으로 개항장 일대 5곳에서 동시에 펼쳐졌다.
마계 이미지를 탈피하려고 고심하는 와중에 되레 그를 역이용한 계획이 참신하다. 시가 벌이는 각종 아동 보호 대책과 안전 정책 등과는 별개로 펼치는 노력이 가상하다. 인천관광공사는 얼마 전 '인천이 무슨 마계야? 찐 인천러들이 말하는 마계 인천'이란 영상물을 내놓기도 했다. 인천 출신 연예인들이 지역을 알렸다. 이 영상에 달린 댓글은 대부분 '우리 동네 인천'을 사랑하는 내용이었다. 인천은 역사·문화적으로도 정말 매력 넘치는 곳으로, 인천에 대한 오해나 폄훼를 더 이상 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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