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막무가내·싸움닭형 등 다양
성희롱·기물 파손 위법행위
대부분 수용할 수 없는 사례

앞으론
고소·고발 전담 대응팀 지정
112 연결 '양방 비상벨' 설치
휴대용 '웨어러블 캠' 배부도

시, 유형별 대응 매뉴얼 배포
연간 2회 합동 가상 모의훈련

앞으로 이천시에서는 욕설, 폭행 등 특이 민원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천시가 민원공무원들에 대한 악의적이고 고질적인 특이민원을 예방하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공공기관의 정당한 민원 처리나 제도에 불복한 민원인들이 공무원들에게 폭언,폭행,허위사실 유포 등 위법 행위를 일삼아 공무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에, 이천시는 특이(악성·고질)민원에 대응해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응대 요령과 법률 적용 등 대응방법을 명시한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했다.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과 행복한 이천시를 만들기 위한 이천시의 대처 노력에 대해 알아본다.

▲ 종합민원실에 설치된 민원 에티켓 홍보 배너. /사진제공=이천시
▲ 종합민원실에 설치된 민원 에티켓 홍보 배너. /사진제공=이천시

▲특이(악성·고질)민원 대응 매뉴얼 제작…민원 공무원 보호

최근 경기도는 지난해 1∼5월까지 31개 시군의 민원실에서 6261건의 폭언, 폭행, 욕설, 성희롱, 기물파괴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종합민원실 창구나 인허가 부서, 도시개발 관련 부서, 민원소통 부서에서는 악성 민원인들의 위법행위에 속절없이 피해를 보는 공무원들이 많다.

이천시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4조(민원처리 담당자의 의무와 보호)와 행정안전부 '2022년 공직자 민원 응대 매뉴얼'에 근거해 인허가 및 토지보상 등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들에 의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민원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특이(악성·고질) 민원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지난달 전 부서에 배부했다.

매뉴얼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욕설, 성희롱, 반복전화 등에 대한 전화 응대 요령과 폭언·욕설, 폭력, 성희롱, 집기파손, 위험물 소지 및 신변 위협, 음주상태에서의 민원 제기 등 유형별 대면 응대 요령이 담겨 있다.

또, 온라인 민원 및 문서상 폭언과 성희롱하는 경우의 대응요령과 민원 발생 시 법적 대응 방법 등이 담겼다.

 

▲다양한 특이 민원…수용할 수 없는 요구사항 많아

이천시에도 다양한 사례의 악성 민원이 많이 발생했다.

수 년간 동일 민원을 담당 부서와 경찰서에 제기하고, 하루 20∼30통의 전화통화 및 욕설, 미해결 시 자살 협박 등으로 민원 공무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사례를 보면 공무원이 행한 행정처리가 적법함에도 과실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음주와 욕설을 퍼붓고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과의 중재를 지속해서 요구하는 경우가 있었다.

담당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행정심판 등 행정적 구제 방안에 대해 안내하고 설명도 했으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막무가내였다.

또, 개발사업 구역내 본인 소유 토지 편입 보상가가 적다며 담당부서와 민원부서를 방문해 고성을 지르며 반복적으로 민원을 제기해 사업 추진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도 있었다.

담당자는 감정평가 후 이의재결, 공탁, 토지 등기 등 행정절차가 완료된 사항임을 설명했다. 한 민원인은 항상 음주 상태로 욕설을 일삼으며 반복적인 생활 불편 민원을 제기하는 등 싸움닭 행동유형을 보이는 사례 등 다양하다.

특이 민원인들은 직무집행을 방해하며 통상적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한다. 공무원의 약점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고 징계를 요구하며 협박, 성희롱, 욕설 등 위법행위도 한다.

▲ 지난14일 실시한 악성, 고질 민원 대비 모의 훈련에서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인계되는 모습 /사진제공=이천시
▲ 지난 14일 실시한 악성, 고질 민원 대비 모의 훈련에서 민원인이 경찰관에게 인계되는 모습 /사진제공=이천시

▲단계별 응대 방법과 법적 대응

지난 14일 이천시 종합민원실에서는 민원인이 서류를 발급받으려는 상황을 설정한 모의훈련이 펼쳐졌다.

이날 민원인은 민원 공무원의 정당한 요구에 불만을 표출하며 욕설을 퍼붓고 집기를 던지는 등 폭력적으로 돌변했다. 이에 민원 공무원들은 습득한 절차별 대응 요령을 바탕으로 경찰에 민원인을 인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매뉴얼에는 전화·대면 등 상황별 응대와 대응요령, 대응 예시문을 단계별로 제시하고 유형별 적용 법률과 피해 공무원에 대한 보호조치 내용이 담겨있다.

먼저, 전화로 단순 폭언을 할 경우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통화내용 녹음사실과 법적 조치방법을 고지하며 상급자 보고 등 단계별 대응방법이 명시돼 있다.

“선생님,폭언을 계속하시면 민원 응답이 어렵습니다”, “폭언을 계속할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등 단계별 대응 예시문도 담았다.

민원인의 폭력이 발생할 경우, 상급자나 동료공무원들이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필요시 녹화를 하며 청원경찰이나 동료직원이 민원인을 제지한 후 경찰에 인계하도록 했다.

▲ 이천시가 악의적이고 고질적인 특이민원을 예방하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휴대용 웨어러블 캠을 착용한 민원공무원. /사진제공=이천시
▲ 이천시가 악의적이고 고질적인 특이민원을 예방하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위해 휴대용 웨어러블 캠을 착용한 민원공무원. /사진제공=이천시

▲'웨어러블 캠' 등 보호장비 등 다양한 지원

이천시는 민원공무원 보호를 위해 휴대용 영상 음성 녹음 장치인 '웨어러블 캠'을 배부했다.

이 장비는 목걸이 형태의 카메라로 사각지대 없이 근거리촬영과 녹음이 가능한 기기로 폭언 폭행 발생 사후 입증자료를 확보할 목적으로 사용된다.

민원인들에게는 녹화 사실을 사전 공지하고 최소한의 용도로만 활용된다. 또, 종합민원실과 읍면동 민원실에서 실제 상황을 가장한 모의훈련을 경찰과 합동으로 연 2회 실시하고 있으며, 112치안센터와 연결된 양방향 비상벨을 설치해 안전한 민원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법적 대응 강화를 위해 민원인 고소, 고발, 소송을 지원하는 전담대응팀을 지정해 피해 공무원을 지원하고 피해 직원에게는 전문심리 상담 연계와 의료비를 지원한다.

종합민원실에는 민원 에티켓 배너를 설치해 민원인에게 서로 배려해 줄 것을 홍보하며 민원 에티켓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김남완 민원여권과장은 “특이민원으로부터 공무원을 보호하고 민원인들을 위한 안전한 민원실 환경 조성으로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경희 이천시장 “안전한 근무환경 우선”

 

공직자, 민원인 경청 자세 필요

시민도 민원공무원 존중 당부

▲ 김경희 이천시장./사진제공=이천시
▲ 김경희 이천시장. /사진제공=이천시

“민원 담당 공무원들은 욕설이나 폭행 등 돌발상황에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공무원들의 현장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에 주력하겠습니다.”

김경희 이천시장은 지난 15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악의적이고 고질적인 특이민원을 없애 민원인과 공무원이 함께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천시는 지난달 특이(악성·고질)민원 대응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했다.

김 시장은 “토지보상이나 인허가 등 민원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들의 폭언과 협박이 빈번하다”며 “민원 공무원들이나 신규 직원들은 대응하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뉴얼에는 각각의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이 자세히 제시돼 있다”며 “공무원들이 매뉴얼대로 대응하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시장은 민원 공무원 보호를 위해 장비 배부 등 각종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김 시장은 “휴대용 영상 음성 기록장치인 '웨어러블 캠'을 창구 직원들에게 배부했다”며 “이 목걸이용 카메라가 사각지대 없이 근거리촬영과 녹음이 가능해 악성 민원인의 위법행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종합민원실과 읍면동 민원실에서 이천경찰서와 합동으로 특이민원 대응 모의 훈련을 연 2회 실시해 대응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시장은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김 시장은 “공직자들은 민원인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민원인의 얘기를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선 8기 취임하자마자 민원소통기동TF팀과 남부시장실을 개소해 민원 만족도를 높이는데 전력을 쏟았다”며 “시민들도 보다 성숙한 자세로 민원공무원들을 존중해 행복한 이천시를 만드는데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천=홍성용 기자 syh224@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