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수원의 한 중학교에 입학한 김모미(가명∙14)양은 코로나 종식 선언을 한 지금까지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다. 체육 수업을 할 때나 밥을 먹을 때도 마스크만큼은 벗지 않는다고 했다. 김양은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게 두렵다고 한다. 학급에서 4분의1은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생활을 한다. 중학교 입학 후 마스크를 벗은 전체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친구들도 있다고... 김양은 학교에서 외모는 곧 계급이라고 했다. 잘 생기고 예쁜 외모일 때는 친구들과 관계 맺기가 수월하지만 못생긴 외모라면 왕따를 당하기도 쉽다고 했다.

 

#배리나(가명∙33)씨는 뚱뚱한 외모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류 전형에서 통과했다고 해도 면접 과정에서 늘 외모 지적을 들어왔다고 한다. “리나씨 그 몸으로 외근 나갈 수 있겠어요?”, ”리나씨한테 맞는 유니폼이 없어서 우리와 일하기 힘들겠네요” 라며 치욕스러운 차별을 당해왔다고 호소했다.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외모 차별은 지속해서 이어졌다. 외모가 예쁜 직원과 차별대우를 한다거나 ‘꾸밈 노동’을 강요당하는 일도 종종 발생했다.

코로나 엔데믹 선언 이후에도 마스크를 벗지 못하거나 외모콤플렉스로 취업 장벽을 느끼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외모를 통해 개인 간의 우열뿐 아니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까지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풍조로, 무분별한 외모지상주의는 가치관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외모를 중요 가치로 여기는 풍조는 점차 증가 추이를 보이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020년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외모와 성형수술에 관한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인생이나 운명에서 외모가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과반수인 89%(2020년 기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의 이면을 반증하고 있다.

2015년 동일한 조사에서 86%였던 외모가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률은 2020년 89%까지 상승세를 보인다.

더욱이 외모지상주의에 따른 차별 대우는 청소년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송민경 경기대학교 청소년학과 교수는 “청소년기는 신체 외모 변화가 급변하는 시기다”며 “외모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은 성장기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마스크를 벗지 못하는 현상 역시 ‘가상 청중’을 둔 심리적 반응에서 나오는데 주변에서 연예인처럼 본인을 주목하고 있다는 사고에서 기인해 외모에 민감한 반응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모와 관련된 논문에서도 미디어 노출에 따른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다.

논문 ‘청소년 인기 웹툰에 나타나는 외모지상주의 현상에 대한 연구(전주혜 미디어미래연구소 미디어 경영센터 팀장, 신명환 원광대학교 행정언론학부강사)’에선 ‘청소년들의 외모지상주의 현상은 주로 매스미디어로부터 형성된다’고 분석했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옮겨가는 과도기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발달을 급격하게 경험하게 되면서 미디어의 등장인물을 쉽게 모방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나아가 청소년기 신체외모에 대한 평가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자아개념과 사회성 발달 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 3월7일 세계여성의날을 앞두고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가 선보인 '직장인 비너스의 탄생' 퍼포먼스. /사진제공=직장갑질119

실제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는 차별의 형태로 성인에게도 작용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2020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장인 대상으로 직장 내 피해 사례를 접수한 결과 총 595건이 접수됐다. 이 중 외모 평가를 당한 사례는 99건(16.6%)에 달했다.

또 성희롱∙성추행을 제외한 일상 내 젠더폭력으로 가장 많은 것은 외모지적(18.2%)인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사례로는 ▲외모 비하(15.7%) ▲간섭(14.7%) ▲성형수술 요구(2.3%)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대응위원회 소속 김세정 노무사는 “시대가 바뀌고 젠더∙인권 감수성이 높아졌어도 외모지적 등이 사라지지 않고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또 성별 차이보다 눈여겨볼 것은 고용에 형태에 있다. 이를테면 비정규직일 경우 차별적 언행이나 처우로 피해를 보아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별적 발언이 차별적 발언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나 문화도 외모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 수원의 한 대학교 동아리방에서 학생들이 수업에 들어가기 전 마스크를 착용한 채 눈 화장을 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성형하고 싶어요. 예쁘고 잘생기면 인기가 많고 못 생기면 왕따당해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중학교에 입학한 김모미(가명·14)양은 친구들에게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학급에 4분의 1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교를 하고 있다고…코로나 팬데믹이 종식을 맞이하고 있는 요즘 같은 시기에도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한 청소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김양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했다.

“마기꾼(마스크+사기꾼)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예요. 마스크를 벗었을 때와 꼈을 때 차이가 있으면 실망할까 봐 안 벗고 싶어요. 오랫동안 쓰고 있다 보니 벗으면 어색한 것도 있고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외모에 단점을 가리고 싶어서 끼고 있어요.”

김양은 외모에 대한 관심사가 1순위라 한다. 외모가 곧 인기를 가르는 척도가 되면서 외모가 못생기면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이 되곤 한다고 했다.

“외모가 예쁘면 친구들과 쉽게 친해질 수도 있고 인기가 많아지는 건 시간 문제거든요. 인간관계 맺기가 쉬워지는 거죠. 못생기면 친구를 사귀기 굉장히 어려워요. 옆 반에 주오남(가명·14)은 자기 관리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전따를 당하고 있거든요? 이것만 봐도 외모는 중요해요.”

김양은 여건이 된다면 성형을 하고 싶다고 한다. 화장이나 성형은 곧 자기관리를 의미하고 자기관리를 하지 못하는 동급생들은 따돌림을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성형까지도 고려하고 있단다.

“친구 중에 화장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파데(파운데이션)는 기본이고 마스카라, 아이라이너까지 풀메(풀메이크업)로 다니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지금은 쌍꺼풀 테이프를 붙이고 다니는데 엄마가 쌍수(쌍꺼풀 수술)를 시켜줬으면 좋겠어요.”

 


 

▲ 비만 여성의 뒷모습. 뚱뚱한 외모는 외모차별의 표적이된다. /사진제공=핀터레스트

“리나씨 살 조금만 빼면 예쁠 것 같은데...”

6년 차 직장인, 배리나(가명∙33)씨는 어린 시절부터 뚱뚱한 외모가 콤플렉스였다. 뚱뚱한 외모는 리나씨의 자존감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벌레 같은 존재였다. ‘뚱녀’, ‘돼지’라는 별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한창 외모에 민감하던 사춘기 시절엔 남자 동급생들로부터 늘 놀림에 대상이 됐다. 동성 친구들조차 리나씨를 깔보는 시선이 느껴졌고 보이지 않는 미묘한 계급 사회 같은 게 존재하는 듯했다. 성인이 돼서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취업의 장벽은 높기만 했다. 사지육신이 멀쩡하고 번듯한 대학 졸업장도 가졌는데 취업의 문턱을 넘기란 유독 자신에게만 엄격하게 느껴졌다.

“면접을 보는데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우리는 외근이 많은데 그 몸으로 괜찮겠어요? 라면서요. 처음엔 어디 아파 보여서 그런 질문을 하는 건가 생각했죠.”

리나씨는 취업부터가 난관이었다. 서류 합격 후에도 면접이 항상 걸림돌이 됐다. 취업 전까진 아르바이트 신세를 면치 못했고 그나마도 일자리를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한 번은 놀이공원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는데 지망 부서를 묻더라고요. 평소에 목소리가 좋고 친절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은지라 매표부서나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부서를 희망했죠. 그런데 손님을 면대하는 부서는 외모에 따라 배정을 한다며 다른 부서로 발령을 내주더라고요. 이력서에는 의미심장한 등급이 적혀 있었고요. 그때부터 외모에 장벽을 실감하게 됐죠.”

어렵사리 취업한 직장에서도 때때로 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직장에 인턴 근무자들이 온 적이 있었어요. 인턴 근무자 중에 한 여성 직원이 바이어와 미팅에서 큰 실수를 하게 된 상황이었죠. 평소 때 같으면 단번에 시말서를 써야 하는 사안이었지만 엄격하기로 유명했던 간부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예쁘니깐 봐준다’ 이런 식으로요. 저는 곧 따져 물었죠. 문책하시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요. 그러자 간부가 그러더라고요. ‘너도 꼬우면 예쁘던 가라고요...’규모가 작은 사업장인지라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었고...얼마 못 가 그만두게 됐죠.”

/특별취재반(반원 사회부 김영래 부장, 이원근 차장 박혜림 기자, 김혜진 기자, 사진부 김철빈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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