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진 경제부 기자.
▲ 김원진 정치부 차장

7년, 8년 전쯤. 수인분당선 호구포역 근처 한 호텔 1층에는 테이블이 십여개나 되는 치킨집이 있었다.

호구포역 상권 외곽에 있는 호텔이라 지나가는 사람도 몇 없는 이곳에서 생뚱맞게 큰 치킨집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 밤이면 치킨집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가게 중앙에 걸린 대형 TV에는 매일같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만 반복 재생됐다.

매번 홀을 메운 건 수십명의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었다. '별그대'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치맥(치킨+맥주)을 앞에 놓고 왁자지껄 한국의 저녁을 즐겼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값이 비싼 서울 호텔을 피해 인천 남동구까지 와 잠을 잤다. 서울·경기 관광지나 공항, 항구는 낮에 단체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될 일이었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가 있고 얼마 뒤 이 치킨집은 문을 닫았다.

전 세계 여행 시장을 호령하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6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찾고 있다. 아쉬운 건,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를 거친 세월에도 인천 관광 콘텐츠는 과거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 단체관광 허용으로 인천항과 인천공항에 '유커'들이 몰려든다고 해도, 인천 관광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일부 공항만 업계만 좋은 일로 그칠 수밖에 없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는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발표가 있었던 지난 8월10일부터 지금까지 20여개 정도 한국 패키지 관광 상품이 올라왔다.

대부분 9월부터 출발하는 상품으로 방문 목적지는 서울과 제주, 부산, 강원 등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 패키지 관광 상품 중에서 인천이 중심인 관련 프로그램은 아직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예전이랑 다르게 '별그대' 치맥 열풍이 사그라든 지금, 앞으로 유커들은 인천의 어디 호텔에서 머물며 어떤 저녁 식사 시간을 보낼지 궁금하다.

/김원진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