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2·4·5·7월에 이어 24일 기준금리를 다시 한 번 3.50%로 동결했다.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진 데다 원/달러 환율도 다시 오르는 등 인상 요인은 있었지만, 최근 중국 부동산발(發) 위험까지 덮치며 불안 요소가 더해진 만큼 금리 인상으로 민간 소비·투자를 위축시키기보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25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잭슨홀 회의 연설이 예정된 상황이라 한은으로서는 미국의 추가 긴축 의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날 한은이 다시 동결을 결정한 주요 배경은 불안한 경기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 0.6%)은 1분기(0.3%)보다는 높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민간소비(-0.1%)를 비롯해 수출·수입, 투자, 정부소비 등 모든 부문이 부진했다.

게다가 최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중국발 위험이 커지고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까지 있는 상황에서 정부나 한은이 기대하는 하반기 경기 반등은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라앉는 경기에 초점을 맞춰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추기에는 빠르게 늘고 있는 가계부채와 치솟는 환율·물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가계부채가 다시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 금리 인하를 하게 된다면 말 그대로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

작년 4분기와 올해 1분기 줄어들었던 가계신용(빚) 잔액(1천862조8천억 원)은 지난 2분기 무려 9조5천억 원 껑충 늘어났다.

현재 미국(5.25~5.50%)과의 기준금리 역전 폭이 사상 초유의 2.0%포인트(p)까지 커진 가운데 최근 환율도 9개월 만에 1,340원대로 올라섰다.

금통위가 이날 기준금리를 다시 동결하면서 미국과 격차는 2.00%p(한국 3.50%·미국 5.25∼5.50%)로 유지됐으나, 만약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도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2.3%까지 떨어졌지만, 기저효과가 큰 만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불씨 역시 여전히 살아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에 한은 역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1.4%를 유지하면서도 내년 전망치는 소폭 하향 조정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5월 경제전망 당시와 같은 수치지만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월 2.3%에서 0.1%p 하향 조정한 2.2%를 제시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