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절경, 바람처럼 사라질라

농여해변 '나이테 바위'
형형색색 퇴적 구조 장관
미아해변 가는 길 '연흔'
10억년 전과 현재 함께해
층리 침식 심각…연구 시급

파랑기자단의 두 번째 방문지는 인천 옹진군 대청도다. 모래바람으로 만들어진 풀등 등 신비로운 자연환경을 품고 있는 섬이지만, 가까이서 살펴보니 방품림으로 해안사구 면적이 줄고 중국발 쓰레기가 밀려오는 문제가 눈에 띄었다.

대청도 해안사구
대청도 해안사구

▲10억년 전과 현재를 잇는 나이테 바위

악천후로 지연된 배를 타고 서너 시간을 달려 대청도에 방문했다. 대청도 농여해변으로 들어서자 기암괴석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나이테 바위였다. 지면과 수직 방향으로 몸을 눕힌 모양새였다. 왼쪽부터 흰색, 붉은색, 회색이 겹겹이 어우러져 형성한 퇴적 구조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퇴적 구조 뒤쪽으로 걸어가 '사층리'를 만났다. 층리가 비스듬해 붙었다는 이름 뜻을 알 수 있었다. 궂은 날씨였지만 기암괴석들을 감상하며 해변을 따라 계속 걸었다.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낸 물결무늬, 연흔

농여해변에서 미아해변으로 걸음을 옮기면서는 물결자국, 즉 '연흔'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해안가에서는 계속 생성되고 있는 연흔을, 미아해변에서는 돌에 선명하게 남은 연흔을 관찰했다. 약 10억년 전 연흔과 현재의 연흔을 동시에 관찰하며 왜인지 모를 오묘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침식으로 사라지는 대청도 층리

농여해변의 연흔을 지나 층리 앞에 멈춰 섰다. 류석자 지질공원 해설사는 층리가 침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침식된 사구를 보고 있기에 얼마나 큰 사구였는지 감이 오진 않았지만, 훤히 드러난 풀뿌리가 이곳이 원래 이런 모습은 아니었음을 알려줬다. 식물이 허공에 뿌리내릴 일은 없으니 말이다. 주민들도 침식 원인은 모른다고 한다. 관련 연구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모래바람으로 만들어진 풀등

미아해변 풀등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모래섬인 풀등은 밀물과 썰물 때문에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가는 길에 모래바람이 여러 차례 불었는데 모래 움직임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대청도 모래가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이곳이 살아 있는 지질공원이라고 생각했다. 피부로 느껴지는 따가운 모래 알갱이를 맞으며 대청도 미아해변을 떠났다.

/남국현·석채민 파랑기자단
 


 

관광 소득 vs 주민 일상…선택의 기로

모래 날림 피해에 방풍림 조성
해안사구 감소…관광자원 가치↓

▲ 대청도 해안사구./인천녹색연합
▲ 대청도 해안사구./인천녹색연합

옹진군 대청도 해안사구에 주민들 편의를 위해 조성한 방풍림이 해안사구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와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훼손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과거 대청도에서는 강한 바람으로 해안사구 모래가 날려 도로를 마비시키고 주거 생활까지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청도에서는 20여년 전부터 방풍림을 조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해안사구 면적이 줄고 대청도 대표 관광지로서 역할이 미미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해안사구 모래 날림으로 인한 주민들 고충을 해결하고자 조성한 방풍림이 관광자원 관점에서 가치가 감소된다는 입장과 대립하는 것이다.

곽윤지(75) 대청3리 이장은 과거 자신도 방풍림을 함께 조성했다며 “방풍림이 일상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먼 훗날 해안사구가 관광자원이 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는 해안사구 보전을 위한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은 17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박효빈 파랑기자단
 


 

대청도, 중국발 해양 쓰레기로 '몸살'

농여해변에 中 부표만 수십개
주민 “통발에 쓰레기만 걸린다”
인천녹색연합 “규제 강화해야”

▲ 대청도 해안가에 떠밀려 온 해안 쓰레기.
▲ 대청도 해안가에 떠밀려 온 해안 쓰레기.

대청도가 중국발 해양 쓰레기로 시름하고 있다.

대청도 농여해변은 쓰레기로 뒤덮였다. 스티로폼부터 라이터까지 중국에서 온 각종 쓰레기가 파도에 밀려왔다. 눈에 띈 것은 폭탄과 닮은 중국 부표다. 농여해변에는 중국 부표만 수십 개가 있다. 실제 폭탄은 아니지만 대청도에는 폭탄만큼이나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해양 쓰레기는 70% 이상이 어업 종사자인 대청도 주민들 생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청도 토박이로 40년 동안 어업에 종사한 곽윤지 대청3리 이장은 “통발에 고기는 안 걸리고 쓰레기만 걸린다”고 토로했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도 주민 역할이 돼버렸다. 주민과 군·관이 협력해 지속적인 정화 활동을 벌이고 있고, 가끔 방문하는 봉사활동 단체와 학생들도 정화 활동에 함께하지만 끊임없이 밀려드는 쓰레기는 수거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인천녹색연합 관계자는 “중국 생태환경부와 협력해 중국 어선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재서 파랑기자단
 


 

[인터뷰] 류석자 지질공원 해설사

“대청도, 연구 가치 높아…더 많은 사람 관심 갖길”

▲ 류석자 지질공원 해설사
▲ 류석자 지질공원 해설사

류석자(57·사진) 지질공원 해설사는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한다고 한다.

“대청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면서 감탄하고 즐거워하는 관람객분들이 저에게는 꽃이에요. 관광객들을 만나는 건 매일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행복해요.”

류 해설사가 처음부터 대청도에 살았던 건 아니다. 그는 1998년 자신의 요양을 위해 시아버지가 거주하는 대청도로 이사 왔다.

섬 생활이 처음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와 가족들은 보기 어려워졌고, 육지로 가기 위해 타는 배에서의 멀미도 그를 지치게 했다. 힘든 시간을 달랜 방법은 고요한 대청도 숲길과 바닷길을 다니며 식물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이때의 시간이 지질공원 해설사라는 일을 택하게 했다.

그는 대청도 환경을 보존하는 활동 또한 이어가고 있다. 멸종위기 식물 대청부채를 꾸준히 관찰·보호하고 있는 그는 주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청도는 연구 가치가 높은 섬이고, 보호해야 할 식물들이 많이 있어요.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져 소중한 환경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시온 파랑기자단

 

○공동기획: 인천일보·인천녹색연합 ○후원: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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