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t 지게차 DPF 작동 뒤 연기
소유주 “오일 새 2차례 수리
고온 배기가스·미션 오일 만나
불이난 것으로 보인다” 추측

제조사 “CCTV상 화재 아닌 듯
원인 불분명…부품 교환 제안”
소방본부 “검은 연기, 연소 의미”
▲ 지난달 26일 인천 연수구 한 보세창고에서 정차해 있던 지게차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출처=CCTV 영상 갈무리

인천 한 보세창고에서 시동을 켠 채 정차 중이던 '지게차'에서 화재 추정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차량 제조사가 사고 원인 파악에 나서지 않아 '안전 불감증'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17일 인천일보 취재 결과, 지난달 26일 연수구에 있는 약 7000㎡ 규모 보세창고에서 시동을 켠 채 정차해 있던 3t급 지게차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다행히 현장에 있던 직원이 곧바로 소화기를 분사해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

지게차 소유주 김모(60)씨는 “지게차에 부착된 배기가스 후처리 장치(DPF·Diesel Particulate Filter)의 '재생 기능'을 작동한 지 5분쯤 지나자 장치 부분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며 “불에 잘 타는 자재가 주변에 없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정말 큰불이 날 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DPF는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매연 가운데 미세먼지 배출을 감소시키는 장치다. 미세먼지가 많이 쌓이면 이를 태워 없애는 재생 기능이 작동하며 이 과정에서 600도가량 고열이 발생한다.

김씨는 “미션 오일 쿨러와 호스 사이에 있는 오링(고무 패킹)이 느슨해지면서 오일이 샜고, 지난달 20일과 25일에 걸쳐 2차례 수리를 받았다”며 “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재생 기능이 작동된 지게차에서 나온 고온의 배기가스가 미션 오일을 만나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사고 발생 이후 차량 제조사인 A사가 정확한 원인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그는 “수리 이후 다음날 사고가 발생했는데 3주가 지난 지금까지 원인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더는 A사 지게차의 안전성을 믿을 수 없다. 부품 교환이 아닌 환불이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A사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화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화재는 아니라고 본다. 사고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다”면서도 “이 사고로 지게차 일부 부품이 녹아 고객에게 부품 교환을 제안했는데 거절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고는 보세창고 직원의 신속한 대처로 자체 해결돼 119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다만 당시 사고 영상을 본 인천소방본부는 “영상에서 불꽃이나 화염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검은 연기가 나는 것은 장치 내부에서 연소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불이 났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