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수도권 위주 권한 이양 중점
인천항 여전히 중앙정부 입김 거세

항만위원 과반수 해수부 추천인사
인천신항 배후단지 민간 개발 논란
건설 대기업 부동산 투기 우려도

항만공사 광역지방정부 이양 필요
경쟁력 강화·항만주권 찾기 첫걸음
▲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60% 이상을 처리하는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부두. /인천일보DB

지난 3월 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는 ‘중앙권한 지방이양 추진계획’을 밝혔다.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확대(30만㎡→100만㎡), 지방항 항만배후단지 개발 및 관리 권한 이양, 자유무역지역 사업 운영 권한 등 강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대학 설립 승인 권한 이양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비수도권 위주의 권한 이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항만자치권이 대표적이다.

민선8기 인천시는 ‘항만자치권 확보’를 임기 내 추진할 342개 정책 공약 중 하나로 정했다. 인천시는 정부를 상대로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이전 등 해당 건의를 지속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을 보지 못한 상태다. 지방이양 계획에서도 무역항이 제외되면서 인천항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입김이 거세다.

인천시의회는 17일 시의회 해양·항만 특별위원회 주최로 제3차 정책세미나를 갖고 ‘지방해양수산청 및 항만공사의 광역지방정부 이양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김칭우 인하대학교 아태물류학부 겸임교수는 이날 ‘지방해양수산청과 항만공사(PA)의 광역지방정부 이양 필요성’ 주제발표를 통해 지방분권 차원에서 우선적으로 지방해양수산청을 광역지방정부로 이관하고, 항만공사(PA)도 광역지방정부로 이관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항만자치 가치 담은 항만공사법 제정

정부 주도 항만행정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항만환경변화에 대한 탄력적 대처능력 확보, 항만의 생산성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해 2003년 항만공사법이 제정됐다. 정부는 1990년대 말 IMF 체제 졸업과 외국인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해 ‘항만의 경쟁력 제고 과제’ 보고서를 통해 항만자치공사의 도입을 추진했으며 포트 어소리티(Port Authority)를 모델로 새로운 항만관리조직을 국내에 도입했다.

항만공사는 항만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수입을 항만개발에 직접 투입하고, 독립채산제를 도입해 상업요소를 항만관리에 적용할 것으로 목적으로 설립됐다.

우리나라 항만관리제도는 항만의 소유권을 민간이 가질 수 없도록 한 항만 국유제(국유국영체제)를 채택하고 있으며 항만공사법에 따라 국가관리 무역항 중 인천, 부산 등 4개 항만을 대상으로 항만공사제를 도입해 운영중이다. 부산항만공사는 2004년, 인천항만공사는 2005년 각각 시장형 공기업으로 출범했으며 울산항만공사는 2007년, 여수광양항만공사는 2011년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각각 출범했다.

하지만 조직형태 및 운영방식에 항만공사제의 형태를 갖추고 최고심의 의결기구로 항만위원회를 두고 있음에도 지방해향수산청의 기능 이양은 미진한 상태다.

이는 항만공사법 제정 이후 부산과 인천이 각각 항만관리권 이양을 요청했다는 사실에서도 드러난다. 부산은 부산항의 항만관리관리권을 인수해 부산시 산하의 항만자치공사 설치를 제시했다. 과도기적 단계로 중앙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양수산부 산하의 부산항 자치공사 방안을 제시하고, 항만위원회는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각각 5대5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인천도 항만관리권의 지방이양을 전제로 인천시 산하 항만자치공사 설립을 주장했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 산하의 항만공사 도입은 딩시 인천시와 부산시의 여건 및 역량의 문제로 무산되고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으로 하되 지자체의 참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확정됐다.

이 같은 결과로 공사의 최고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는 지자체의 참여를 보장해 지방행정 및 지역개발과의 조화를 도모하고 있다. 현재 인천과 부산 항만위원 7인 중 3인은 지방자치단체의 추천을 받은 항만위원으로 구성돼 있지만 과반수는 여전히 해양수산부 추천인사가 점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사 사장의 경우 시장·도지사와의 협의를 강제하고 있지만 해수부 출신 인사의 절대 다수를 점유하고 있어 사장 교체시기 마다 지역에서 큰 논란을 빚고 있다.

▲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부두. /인천일보DB
▲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60% 이상을 처리하는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부두. /인천일보DB

 

지방해수청, 광역단체로 이관 등 항만자치권 확대 방안 고민해야

항만공사제도가 도입된 지 20년, 항만공사 권한을 두고 항만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사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와는 달리 중앙정부가 공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되고 있다.

항만건설과 개발 및 항만관리 운영에 있어서 지방해양수산청은 항로준설, 관제 및 안전관리, 해양환경개선 등 비상업적 기능을 담당하고, 항만공사는 화물터미널 및 여객터미널 건설, 유지, 입출항신고 및 임대료 관리, 항만홍보, 물동량 유치를 위한 마케팅 등 상업적 기능을 담당한다.

항만법과 항만공사법에 따라 항만공사의 관할구역내에서의 항만개발의 수요 발굴, 개발계획 수립, 항만개발 등의 제반 업무는 원칙적으로 항만공사의 고유한 업무로 해야 하지만 이를 전면적으로 위배한 것이 인천신항 배후단지 민간개발 논란이다.

해수부는 인천신항 배후부지 1-1단계 2, 3구역 148만㎡, 1-2단계 41만㎡를 건설대기업이 개발하도록 하면서 우선매수권까지 허용, 항만 국유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했다. 부산에서는 부산신항 남쪽피더부두의 민자개발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해수부 스스로 항만 국유제와 항만공사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준설토투기장 사용권한을 놓고도 논란이 거세다.

해수부가 지방해수청을 통해 정부재정으로 준설토투기장용 호안을 건설하고, 항로를 준설해 확보한 준설토를 투기해 조성한 항만 배후단지는 항만공사 예산이 투여됐음에도 소유는 해수부 즉 중앙정부가 갖게 된다. 이렇게 조성된 준설토투기장은 항만관리권 이양 절차를 거쳐 공공개발로 진행해야 한다. 항만민영화 논란은 공공이 조성한 항만배후단지를 민간기업이 개발하고 소유권도 인정하려 한 해수부의 정책변화에서 기인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이 같은 해수부의 행보에 항만 국유제를 심각하게 훼손했으며, 항만을 대상으로 한 건설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가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이는 항만을 통한 지역경제발전을 도모하려는 지방분권에도 위배된다고 것이다. 지방분권과 글로벌 항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방해수청과 항만공사의 광역지방정부 이양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면서 2022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항만 국유제를 명확히 하는 선거공약을 공동으로 채택했다.

인천시의 경우 여야민정이 참여하는 여야민정협의기구를 출범해 신항 배후단지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나설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김칭우 인하대 겸임교수는 “항만분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해수부 산하 지방해수청을 관련 광역 시·도로 이관해야 한다”며 “특별자치도로 전환한 제주, 강원은 물론 2024년 전환을 앞둔 전북특별자치도가 지방해수청을 특별자치도로 이관한 사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항만공사나 광역자치단체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직접 준설토투기장용 호안공사, 항로준설, 준설토 투기, 배후 물류단지 조성을 담당하도록 항만정책을 변경해 항만 배후물류단지 민간개발에 의한 항만 민영화를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