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상선언' 개봉 당시 영화관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경찰 수사 결과 최근 5년간 국내에서 개봉 영화 가운데 최소 323편의 박스오피스(영화 흥행 수입)가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관객수 조작이 확인된 작품으로는 지난해 개봉 당시 이미 조작 의혹이 제기된 바 있었던 '비상선언'을 비롯해 다큐멘터리 '그대가 조국',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개사와 배급사 24개 업체 관계자 6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영화 '비상선언',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등 4편의 관객 수가 조작된 정황을 포착, 지난 6월 13일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영화관 3곳과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키다리스튜디오 등 배급사 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2018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국내 개봉한 영화 462편, 배급사 98개사를 수사 대상에 올려 입장권 발권 기록 등을 분석한 끝에 관객 수를 2만 명 넘게 부풀린 배급사 관계자 등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추렸다.

이들이 부풀린 관객 수는 무려 267만 명으로 집계됐으며, 경찰 측은 '비상선언', '뜨거운 피', '비와 당신의 이야기', '그대가 조국' 등의 관계자 69명을 박스오피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특정 상영 회차가 전석 매진된 것처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발권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박스오피스 집계는 멀티플렉스 등 영화사업자가 통합전산망에 영화별 관객 수와 매출액 등을 입력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경찰은 멀티플렉스와 배급사 관계자들이 짜고 허위 데이터를 입력해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경찰 측은 "관객 수 등 자료를 전송하는 주체가 영화상영관으로 한정돼 공모한 영화배급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 규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영진위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