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국민대 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 새얼아침대화 강연]

“대부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미국 주도 국제질서를 약화해 ‘신냉전’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 전쟁은 ‘신냉전’ 시작이 아니라 제국주의 침탈에 시달리던 19세기로 회귀하는 문제일 수 있습니다.”

정재원 국민대 러시아·유라시아학과 교수는 9일 오전 인천 연수구 쉐라톤 그랜드 인천호텔에서 열린 제434회 새얼아침대화 연사로 나와 이 같이 말했다.

‘러시아의 라시즘 독재 권력 강화와 우크라이나 침략과의 관계’라는 주제로 강연한 그는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를 침공하려는 서방에 맞선 행동’, ‘우크라이나 정부가 탄압하는 돈바스 내 러시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주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가 주장하는 침략의 불가피성에도 이 전쟁은 러시아 제국주의 세력이 영토를 쟁탈하기 위해 벌인 침공일 뿐”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자국 내 범죄조직을 소탕하듯 무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거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오래된 제국주의적 기획이며, 그 바탕에는 러시아식 극우 민족주의와 파시즘, 즉 ‘라시즘(Rashism·러시아+파시즘)’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시즘’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세계관을 개념화한 것으로 푸틴과 실로비키, 올리가르히 등 이 전쟁을 주도한 권위주의 정권에 주목해야 한다”라며 “이 부패한 정권은 2014년부터 ‘러시아 침공에 반대하는 자들은 파시스트 혹은 나치로 규정한다’ 등 개입 전략을 짜면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둘러싼 ‘지정학적 현실주의’라는 거대 담론은 러시아 침략 전쟁에 대한 내부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게 은폐하고 있다”며 “글로벌 패권 다툼이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국제 정책 문제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