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 완충녹지 안 폐기물처리 57억 입찰 공고
적격심사 대상 1, 2위 업체 ‘화들짝’ 자진 포기
가연성 곧바로 매립 때 위법성 소지에 손사래
업계 "선별 거치면 비용 덜 들고 적법성 담보"
▲ 30여 년 전 묻힌 2만5천t의 폐기물이 발견된 인천시 서구 석남동 완충녹지.

수십억대에 이르는 행정기관 발주의 폐기물처리용역에 참가한 업체들이 수주를 위한 적격심사를 스스로 포기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자진 포기 업체들은 비용이 더 들고 위법성마저 있는 폐기물 처리 방식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행정청에 대안까지 일러주고 있다.

인천 서구는 지난달 21일 석남동 완충녹지(석남동 219-1) 땅속에 묻힌 사업장 폐기물(2만4548t) 처리용역 입찰공고를 했다.

▲ 빗물 저류시설 터파기 과정에서 발견된 폐기물.

이 폐기물은 완충녹지 안 땅속에 빗물 저류시설(면적 8천47㎡·저류 용량 3만8000㎥) 설치를 위한 터파기 과정에서 발견됐다.

서구는 입찰공고를 하면서 비닐·폐토석·벽돌·콘크리트 등 지난 30여 년 전에 매립된 폐기물을 선별 없이 실어다가 곧바로 사설 매립장에 묻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입찰참가 자격은 폐기물 매립(83.7%)과 수집·운반(16.3%)만으로 한정한 공동수급 사업자다. 기초금액은 부가가치세 10%를 포함해 58억560만 원(낙찰 하한률 72.995%)으로 큰 액수다.

서구는 낙찰 하한률 근접도에 따라 입찰 참가업체의 순위(1~5위)를 매겨 적격심사 대상을 선정했다.

1, 2위 업체들은 완충녹지 현장을 둘러본 뒤 적격심사를 포기했다. 분리·선별 없이 곧장 매립하기에는 가연성 폐기물의 비율이 너무 높아서였다.

▲ 땅속 폐기물이 침출수와 섞여 있다.

과거 비위생매립지에 매립된 폐기물의 성상은 가연성이 43%, 폐토석 47%, 불연성 10%가 일반적이다.

폐기물관리법시행규칙 제14조 <별표 5>는 가연물 불연물 폐기물이 섞여 있을 경우 선별 후 소각하도록 하고 있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불연성과 가연성이 혼합된 건설폐기물은 가연성 함유량이 중량 5% 이하로 정하고 있다.

▲ 굴착기로 폐기물을 걷어 올리고 있는 모습.

폐기물 처리업계는 완충녹지 매립 폐기물을 사업장생활계로 보고 선별과정을 거쳐 가연성과 불연성, 폐토석으로 나눌 경우 처리비가 37억 원 정도로 보고 있다.

침출수 처리와 탈취 공정을 포함하더라도 선별과정을 통해 소각 대상 물량을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면 처리비를 낮출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구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악취 등 주변 주택가의 민원 발생이 우려돼 자격조건을 운반과 매립 업체만을 대상으로 입찰공고를 냈다”며 “처리방식 변경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공동수급 대상에는 선별, 소각, 매립, 운반 등의 업체가 한 묶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정환 기자 hi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