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경제부총리 시절에….”

김동연 경기지사가 공식·비공식 석상에서 자주 하는 말이다. 현 상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내놓을 때 혹은 단순히 과거를 얘기할 때 종종 나온다. 그만큼 지사직을 수행하는데 부총리 당시 경험을 활용하려는 게 김 지사 특징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주된 이력이기도 하니 김 지사의 말투는 가히 그럴만하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아직 부총리 때를 벗지 못했다는 의미다. 도청 내부에서도 김 지사에게 부총리 시절 습관이 남아있다는 말이 돈다. 이는 생각보다 치명적이다.

경제부총리는 대한민국 경제정책 전반을 총괄한다. 모든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데다 국회에서 상임위원회별로 예산을 심의했더라도 다시 검토하고 결정할 수 있다. 속된 말로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간 국회의원들조차 지역구 예산 등을 따내기 위해 부총리 얼굴 한 번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가졌고 누군가를 일일이 상대하기엔 너무나 바쁘다.

취임 1년이 지난 김 지사에 대한 평가는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행정가로서 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는 탁월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직접 타협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면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게 다수의 의견이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5월25일 곽미숙 전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김 지사의 집무실을 찾아 1시간여 동안 항의한 행보가 부적절하더라도 사태에 이르게 된 과정과 현장에서의 김 지사 대처가 그 사례다.

임기 3년이 남았다. 긴 시간이 아니다. 게다가 지난 1년 동안 똑같은 평가가 이어졌다면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 한다. 김 지사는 경제부총리 출신으로 한정한 채 지낼 셈인가. 그게 아니라면 “경제부총리 시절에”라는 말과 사고를 고쳐야 한다.

/최인규 경기본사 정경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