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이미지투데이

최근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진 것과는 달리 실제 한국인이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받는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인 '보건사회연구' 최근호에 실린 '일-생활 균형시간 보장의 유형화'(노혜진 강서대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논문에 따르면 OECD 회원국들을 상대로 노동 시간과 가족 시간에 대한 주권(선택권) 수준을 평가한 결과 한국이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다.

▲ 해당 논문 속 결과./사진=연합뉴스

해당 논문 연구진은 2021년을 기준으로 한 OECD 통계 자료를 확보해 31개국의 시간 주권 보장 수준을 노동 시간과 가족 시간 등 2가지 영역으로 나눠 모두 26개 지표를 통해 점수를 매겼다.

여기서 시간 주권이란 개인이 자유롭게 시간 배분해 조직화할 수 있는 권리와 능력을 뜻하며 시간 주권이 보장된 상태여야 일과 생활 등 두 영역에 적절히 시간을 투입할 수 있는 상태인 만큼 시간 주권이 보장되는 정도는 즉 워라밸 보장 수준을 의미하게 된다.

연구진은 노동 시간은 ▲ 근로 시간 ▲ 고용률과 맞벌이 수준 ▲ 소득 ▲ 보육 환경을 통해, 가족 시간은 ▲ 휴가 기간 ▲ 휴가 사용률 ▲ 휴가의 소득 대체율 ▲ 모성·부성 관련 휴가 법적 보장 등을 통해 각각 시간 주권 수준을 점수화했다.

한국은 두 영역 중 노동 시간의 주권 수준이 1점 만점 중 0.11점으로 조사대상 31개국 중 꼴찌에서 3번째였다.

이는 미국(0.14)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그리스(0.02점), 체코(0.09점) 뿐이었다.

한국 근로자의 연간 근로 시간은 무려 1천601시간으로 조사 대상 중 가장 길었고, 25~54세 전일제 근로자 1주일간 평균 일하는 시간 지표도 41시간으로 최하위였다.

주당 48시간 초과해 근무하는 장시간 근로자 비율이 18.9%로 역시 조사 대상 국가의 평균인 7.4%의 2배 이상 높아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성별 임금 격차도 31.1%포인트로 전체 평균인 11.5%포인트의 3배에 육박하며 가장 높았다.

가족 시간 영역에선 0.37점으로 31개국 중 20번째를 기록, 역시나 하위권이었다.

한국은 이탈리아(0.35점), 스위스(0.34점)와 비슷한 수준으로, 미국(0.05점), 호주(0.10점), 뉴질랜드(0.12점), 그리스(0.13점) 등이 한국보다 낮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국은 휴가 길이(0.93점) 지표에선 점수가 높았지만, 휴가사용률(0.18점) 지표에서 끝에서 4번째 수준이었다.

연구진은 일 시간과 가족 시간 등 두 영역에서 모두 점수가 높은 그룹을 1그룹, 일 시간 영역은 높지만, 가족 시간 영역은 낮은 그룹을 2그룹, 반대로 일 시간 영역은 낮지만, 가족 시간 영역은 높은 그룹을 3그룹, 두 영역 모두 낮은 그룹을 4그룹으로 분류했는데 한국은 이 중 최하위 그룹인 4그룹에 속했다.

1그룹에는 노르웨이, 스웨덴, 네덜란드 등 10개국이, 2그룹에는 에스토니아, 폴란드 등 동유럽 6개국이, 3그룹에는 덴마크, 아이슬란드 등 6개국이 각각 속했고, 한국과 같은 4그룹에는 그리스, 미국, 캐나다 등 9개국이 포함됐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258분으로, 31개국 중 포르투갈(241분), 리투아니아(247분)를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이는 가장 긴 노르웨이 368분보다 2시간 가까운 110분 적은 시간이다.

연구진은 "한국이 속한 4그룹은 노동시간은 과도하고 가족 시간이 짧아 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하는 수준이 낮다"며 "근본적으로 짧은 근로시간을 전제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부가 모두 일할 수 있는 사회, 저임금 위험이 낮은 노동시장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과 생활의 균형 보장을 위해 노동시간 차원에서 시간 보장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며 "한국 사회가 개선해야 할 영역을 가족 정책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