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다시 한 번 평가의 시간이 왔다. 지난 2020년 우리의 손으로 뽑은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은 당시의 기대와 뜻대로 인천시민들을 위해 인천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돌아볼 시기이기도 하다. 이런 판단은 내년 총선에 또 어떤 인물이 적합할지 누구를 뽑아야 할지 생각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 1988년 인천 대표 언론 인천일보가 태동했듯 이 해에 태어난 35세 인천시민 유권자를 만나 총선을 앞둔 그들의 생각을 물어봤다.

 


 

반현기 인천경영포럼 과장

“민생 개선 이룰 후보자 자질 중요”

“인천은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만큼 투표 결정에서 '정당'이 미치는 영향이 점점 줄어드는 거 같아요. 실현 불가능한 거창한 공약 대신 지역주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실질적으로 민생 개선을 이뤄낼 수 있는지 후보자 '개인'의 자질이 중요해집니다.”

반현기 인천경영포럼 과장은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부터 인천의 독특한 지역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인천은 재개발 등으로 새로운 인구 유입이 활발하면서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사람들이 어우러져 있는 지역이에요. 인천에는 송도·영종·청라까지 국제도시만 3곳이잖아요. 특히 최근에는 재외동포청 유치로 외지인의 비율은 점차 높아질 거예요. 그들에게 후보자의 정당은 무의미하죠.”

그만큼 적어도 인천에서는 유권자들의 투표 결정에서 '정당'보다 '인물'이 주요하게 고려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이때 무엇보다 후보자의 소통 의지와 방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치인으로서 무성의한 탁상공론 대신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려는 의지가 필요해요. 이때 청취하는 목소리가 과연 대표성이 있는지는 고민해 봐야죠. 좀 더 세분화해 작은 목소리까지 들으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차원에서 인천지역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그는 경제 분야의 정책 발굴과 시행에 앞서 더 많은 경영인을 만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 현장과 정책이 맞지 않거나,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정책을 뒤쫓아 가기에 어려울 때가 많아요. 그럴 때마다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인이 민감성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변성원 기자 bsw906@incheonilbo.com

 


 

이소망 민들레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

“다양한 분야 연대의식 절실”

장장 10년 정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몇십 년째 외치고 있지만 변함없는 장애인 이동권, 교육권, 노동권 등 장애계 전반에 걸친 투쟁에 참여하면서 답답함도 많이 느꼈다.

지역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걸고 있지만 장애 감수성과는 멀어지는 정책들에 한숨도 나온다. 그래서 장애인, 노동, 여성,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확장 감수성을 갖춘 정치인을 원한다.

“전남 목포가 고향인데 20살에 처음 인천에 왔어요. 10년 정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하면서 매년 4월이면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요구안을 내고 있지만, 해결은 더뎌요. 저상버스나 장애인 콜택시 등 이동권에 관한 문제가 단순 법적 기준을 충족하는 것을 넘어 제대로 운행돼야죠.”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첫째 아이 덕분에 요즘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 정책이나 복지 정책의 현주소에 대해서도 더 실감한다. 집 근처에 장애통합반을 운영하는 유치원을 지원했지만 탈락했을 때도 그랬고 또 앞으로 입학할 초등학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다.

“통합반을 운영하고 초등학교임에도 휠체어 접근권이 충족되지 않는 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교류하는 학부모님께 들었어요. 장애 유형에 불문하고 누구나 언제든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소망씨는 장애인 정책과 더불어 각 분야로 연결될 수 있는 연대 의식을 갖춘 정치인이 지역에도 필요하다고 봤다.

“어떤 특정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있죠. 하지만 다른 영역까지 감수성을 갖고 바라볼 정치인은 적어요. 이번 총선에서는 이런 정치인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박해윤 기자 yun@incheonilbo.com

 



이미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처장

“소수자 대변 후보자수 늘렸으면”

“각 정당에서는 장애인, 노동자, 여성 등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 수 비중을 늘렸으면 좋겠어요. 현재 이러한 정치인의 숫자는 너무나 적습니다. 후보자 또한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 대한 이해도와 관심이 충분한지도 고려해봐야 할 필수 자질이 되길 바랍니다. ”

내년 총선을 앞둔 가운데 이미리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사무처장은 후보자 공천 시 각 정당이 주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천시민사회단체는 29개의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함께하는 연대체이다. 여성과 장애인, 마을공동체, 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단체가 속해있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되돌이켜보며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 즈음 시민사회와 정당이 함께 정치인들에게 정책 제안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거버넌스, 노동, 장애인, 환경을 아우르는 23개 분야 정책을 제안했다. 또한 다른 단위와 함께 인천시장, 교육감 후보와 협약식을 맺기도 했었다.

“시민사회에 대한 정치계의 관심은 선거가 끝나고 사라진 것 같아요. 선거 전에는 시민단체와 각종 협약식 체결, 토론회 등이 많이 진행되지만 선거 후에는 조용해지는 것이 아쉽습니다. ”

그는 22대 지역 정치인에게 즐길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20, 30대 등 젊은층이 투표에 참여한다고는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또 관심이 사라져요. 아직도 정치라고 하면 딱딱하고 고루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젊은층들에게 정치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았으며 많은 관심을 끌어낼 수 있도록 즐길 수 있는 정치를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이효진 경인법무법인 변호사

“도시 안전·이미지 개선 힘써주길”

인천에서 나고 자란 이효진 변호사는 지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커지는 게 아쉽다. 심심치 않게 불리는 마계인천이란 오명도 안타깝다. 그만큼 지역에서 일할 정치인이라면 도시 안전과 이미지 개선에 힘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커진다. “영유아 학대, 보이스피싱 범죄, 최근에는 전세사기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인천이 범죄 발생이 잦은 곳이란 인식이 커지는 게 안타까워요. 실제로 제게도 그런 사건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에요. 범죄가 늘면 사회 비용도 그만큼 발생하죠. 지역 정치인들이 안전한 지역 사회를 만들고,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정치권을 돌아볼 때 인천 등 전국을 강타한 전세사기 문제에 대한 관심이 기억에 남는다. “전세사기 대안을 앞다퉈 내놓는 모습을 보며 정치권의 역할을 체감했습니다. 전국 사안을 논하는 것이지만 특히 인천에서 피해가 많이 발생하다 보니 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느꼈죠.”

변호 일을 시작한 지 3년, 이 변호사는 법률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법률적 도움 없이 소송을 진행하는 분이 많아요. 저는 법무법인 소속이긴 하지만, 법률 도움에서 소외된 이들과 국선변호인 등이 연결될 수 있는, 국선변호인이 더 활발히 변호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를 정치권에서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

지역 법조계의 숙원인 인천고등·해사법원 유치에 대한 염원도 빼놓지 않았다. “일례로 인천고등법원이 없어 항소심 첫 변론까지 평균 1년은 기다려야 해요. 고등·해사법원 유치를 위해 지역 정치권에서도 힘을 실어주면 좋겠습니다.”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

 


 

신상 에이블랩스 대표

“청년·창업가들 도울 일꾼 필요해

창업한 지 3년, 송도국제도시에서 바이오 실험 자동화 로봇 스타트업 '에이블랩스'를 이끄는 신상 대표는 인천이 '창업하기 좋은 도시'라는 평가를 했다. 3년 새 3명에서 28명으로 회사 식구를 불렸지만, 송도에서 사업하기 쉽지 않다고 느낄 때는 필요한 인재들이 멀고, 집 구하기 어렵단 이유로 떠날 때다.

“바이오란 게 고객과 가까워야 하는데 송도는 바이오산업이 밀집한 국내 대표 도시고 공항 등 물류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 송도에 터를 잡게 됐습니다. 인천스타트업파크를 통한 지원도 잘 되고 있고 기업 간 협업도 좋은 편입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인재 유치가 어려워요. 창업가로서 가장 힘든 부분이죠.“

열정 많은 30대 청년 대표는 아직 목마르다. 지역에는 청년, 창업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일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이오산업이나 창업 생태계를 놓고 봤을 때 지역은 물론 해당 분과의 정치인들이 청년, 창업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게 핵심 같아요. 실제 이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장의 목소리 없이는 현실적인 정책이 나오기 어렵죠.”

신 대표는 도시가 주도해 산·학·연과의 다각화된 '융합'이 이뤄졌을 때 미국 보스턴과 같은 대표 바이오·제약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보스턴은 도시와 대학이 협업해 좋은 시너지를 내고 있어요. 우리는 사실 모두가 서울로 몰리는 현실인데, 도시가 주도하며 학계와 기업이 연결되는 '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인천이란 지역의 퀄리티가 좋은 만큼 조금 더 공격적이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정혜리 기자 hy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