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만 동포에게 듣는 재외동포청 역할과 미래상

▲유제헌 유럽한인회 총연합회장
유럽 한인, 인천 유치 최상 선택
차세대 교육, 한글 학교 큰 역할
국내 역이민땐 세제 혜택 필수

▲고서숙 하와이 고송문화재단 이사장
중앙 행정기관, 성과 이상일 것
현지 단체들, 재정적 노력 소요
정책적 배려… 정주 환경 최우선

▲강흥원 호주 시드니 한인회장
교민, 재외동포 정책 체계 기대
동포 자녀 위해 역사 체험 제공
특정 지역 휴식 공간 마련 시급

▲장동학 미주 한인소상공인 총연합회 이사장
한국어·문화 배우는 역할 필요
해외 거주 한국인·자녀 지원
법적 보호·권리보장 해줬으면

750만 재외동포 업무를 총괄하는 재외동포청이 최근 인천에 개청했다. 재외동포 전담 기구 설치는 재외동포들의 숙원 사업으로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제시됐지만 번번이 무산되다 올해 마침내 실현된 것이다. 재외동포들은 재외동포청 개청을 계기로 재외동포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어 교육 등 한민족 정체성 유지를 위한 정책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모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천일보는 전 세계 각국에서 인천시 국제 자문관으로 활약하며 실제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들과 인터뷰를 통해 재외동포청의 역할과 미래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흥원 호주 시드니 한인회장과 고서숙 하와이 고송문화재단 이사장, 유제헌 유럽한인회 총연합회장, 장동학 미주 한인소상공인 총연합회 이사장은 재외동포청이 진정 교포들을 위한 조직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재외동포청 출범 관련 각 현지의 분위기나 반응이 궁금하다. 기존 재외동포재단과 비교했을 때 재외동포들에게 재외동포청 출범이 갖는 의미는 어떤가.

강흥원: 해외동포들을 위한 기존 조직보다 위상이 더 높아진 것 같아서 뿌듯하다. 교민들도 재외동포 관련 정책이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고서숙: 저를 비롯해 유치 활동 과정에서 아낌없는 지지를 보여준 13개 재외 단체, 동포들이 기뻐하고 있다. 특히 실비아 장 룩(Sylvia J. Luke) 하와이주 부주지사 등 하와이 주류사회에 진입한 한인 2·3세들이 남다른 축하의 인사를 보내오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명실공히 대한민국의 중앙 행정 기관으로서 위상이 있는 만큼 지금까지 이뤄낸 성과, 그 이상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유제헌: 유럽 한인들은 재외동포청이 인천에 유치된 것에 대해서 '최상의 선택'이라는 평가를 한다. 재외동포재단은 재단이라는 한계성이 있었다. 예산 확보나 정책, 기존 분산된 업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는 편의성, 그리고 보다 동포사회의 지역 특성과 현실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소극적인 정책이 적극적이고 맞춤형 서비스로 개선되길 기대한다.

장동학: 재외동포청은 그간 하지 못했던 역할들을 해나갈 것이다. 재외동포들은 한국과의 연결성이 유지되길 바라기 때문에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현재 거주하는 국가나 지역 내 재외동포 현안은 무엇이며 이러한 현안 해결을 위해서 재외동포청이 해야 하는 역할은.

강: 나라별로 한인회 조직 구성·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재외동포청이 제시해주길 바란다. 1년에 한 번씩 세계 한인회장 대회가 열리지만 참여 대상이 제한돼 있다 보니 많은 동포가 참여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많은 나라, 더 많은 동포가 참여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고: 인천과 미국 하와이 간 두 도시의 인연이 매우 깊다. 이제는 노동과 자본 교류가 아닌 열정과 품격 높은 문화교류 시대로의 전환기에 접어든 만큼 하와이 내 한국문화원과 같은 공간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세계 어느 대도시에 가던 한국 문화원이 있지만 하와이에 없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재외동포청의 주요 전략 사업으로 채택되길 바란다.

유: 독일의 경우 최근까지도 정부가 파독근로자들의 모국 귀환 등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께서 재외동포청 개청 행사 축사를 통해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재외동포청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파독근로자 처우에 대해 조사,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파독근로자, 한인회총연합회 그리고 법안을 만드는 국회가 함께 해야 한다.

장: 재외동포들의 이익을 위해 한국과 재외동포, 국내 다민족 문화권 간 상호 협력이 촉진될 수 있도록 의견과 요구를 성심껏 수렴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5일 부영송도타워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출범식에서 이기철 초대 재외동포청장에게 현판을 전달하고 있다. /제공=인천시

▲ 재외동포청의 가장 중요한 사업으로 '한국어 교육과 차세대 교육'이 있다. 한민족 정체성 유지에 대한 기존 정부 정책 중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며 이와 관련한 문제들을 재외동포청이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가.

강: 한인 2·3세가 태어나고 있지만 한국 역사를 배우고 접할 기회가 드물다. 한글 학교도 있지만 한국에 직접 가서 문화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경우가 많이 없었다. 재외동포청에서 동포 자녀들을 위해 많은 역사 체험 기회를 제공해주길 바란다.

고: 기존 재외동포재단을 통해 차세대 한글학교 사업과 연계된 지원 프로그램으로 한인 미술협회가 주관하는 하와이 한인 어린이 청소년 미술대회가 있다. 지원 예산이 1500달러 수준인데 20년 전이나 현재나 동일하다. 반면 저희 하와이 한인 미술협회는 이미 30년 전부터 어린이 미술대회를 통해 1000만원 이상의 예산을 장학금 지급 등의 목적으로 자발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재외동포청은 이제 그 위상에 걸맞게 동포들과 현지 단체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의 관심과 재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유:차세대 교육은 주로 각 지역의 한글학교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열악한 곳에 지원금이 삭감되고 좀 더 풍족한 학교는 받은 예산을 다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각 지역의 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한글 교재가 늦게 오거나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일본학교에 다니지 않는 경우 공관에 확보된 체류 정보를 통해 공관에서 국어, 역사책 등을 지급하고 있다.

장: 해외 거주 한국인과 자녀, 국제결혼 한국인, 외국인에게 한국어 교육과 문화 활동이 제공돼야 한다.

 

▲재외동포가 안정적으로 모국에서 체류하고 적응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재외동포 요구들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강: 고국에 가서 살고 싶은 동포들이 많지만 막상 모국에서 머무를 공간이 없다. '홀리데이 하우스'와 같은 개념으로 특정 지역 내 일부 공간을 재외동포들이 머무를 수 있는 집으로 꾸며놓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국뿐만 아니라 각 나라에서 이러한 공간이 생긴다면 재외동포들이 모국을 오가면서 세미나 등을 할 수 있고 이러한 활동은 결국 모국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고: 정책적인 배려를 통해 재외동포들에게 특별히 제공될 수 있는 정주 환경이 우선 정비돼야 한다. 이후 동포애를 느낄 수 있도록 문화적 체험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와 교류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아무리 모국이라 할지라도 사랑이 없고 불편한 여건이라면 잠시라도 체류가 어렵다. 당연히 장기적인 정착 프로그램 또한 개발돼야 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유: 재외동포들이 국내로 역이민하는 경우 세제 혜택이나 행정적인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 사업 관계로 국내 장기 체류할 경우 이중 납세 등 법률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재외동포들이 국내와 현지 체류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데 제약이 없도록 필요한 법안도 보완되면 좋겠다. 또한 각 거주 국가와 한국 간 의료 보험, 연금 수령에 대한 협약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

장: 그간 재외동포가 안정적으로 모국에서 체류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정책이 없었다. 앞으로 ▲법적 보호와 권리보장 ▲사회적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 ▲경제적인 지원 및 기회 제공 ▲정부와의 협력 강화 ▲교육 및 연구 지원에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달 5일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UN광장에서 열린 재외동포청 개청 기념행사에서 '1000만 도시 인천' 비전 발표를 하고 있다. /제공=인천시

▲이 밖에도 재외동포청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활동이나 초대 재외동포청장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강: 진정 재외동포를 위한 재외동포청이 되길 바라며 기존 조직보다는 더 활발한 교류가 형성되길 바란다. 수시로 재외동포와 소통하면서 프로그램이나 사업과 관련한 정보도 공유하고 논의하는 시간이 많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고: 인천시가 재외동포 플랫폼 시티가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부탁한다. 인천으로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이민사는 개항과 독립운동의 역사이며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을 만든 기적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국제도시뿐만 아니라 중구 개항장 일원의 역사 관광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재외동포와 관광객이 제물포의 르네상스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함께 머리를 맞대주길 바란다.

유: 보다 촘촘한 정책이 필요하다. 차세대 교육도 중요하지만 특히 소외된 동포들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재외동포청, 주재국 공관, 한인회 간 긴급 연락망 구축을 통한 안전대책 마련과 노령화되는 동포 사회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장: 해외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그 가족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가 제공되길 바란다. 한국어 교육과 문화 체험, 사회적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과의 연결이 강화되면 좋겠다. 재외동포청 산하 대륙별 정책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주기적으로 국내학자들과 세미나를 가져 시대적 패러다임에 기여하는 자리도 마련돼야 한다.

/정리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사진제공=인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