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하고 싶은 일' 창업…나만의 꿈 펼친다

창업 5년차 30대 주얼리 디자이너
500만원 자금 지원받아 브랜드 론칭
BTS 등 슈퍼스타 착용 … 연매출 1억

대·공기업 취업만이 해답 아닌 세상
취업난에 '창업' 부정적 인식 감소
좋아하는 일 하며 성장 … 만족감 느껴

경기도, 청년협업마을 등 지원 다양

부천에 거주 중인 주얼리 디자이너 박모(30)씨는 최근 공방을 열어 일일체험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학에서 수석 졸업하며 많은 기업의 입사를 추천받았던 박씨가 고심 끝에 창업의 길에 들어선 지 올해로 5년째다.

'직장인'으로 틀에 박힌 업무를 하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그는 예술가로서의 창의력을 마음껏 펼치려면 '나만의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대학 내 창업지원센터를 찾은 그는 500만원 상당의 창업 자금을 지원받아 브랜드를 론칭했고, 3년 만에 BTS, 블랙핑크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착용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전문 모델을 고용하는 대신 직접 모델로 서고,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룩북(Look-book) 촬영과 영상 편집을 하며 투자비용을 아꼈다. 대신 그만큼 고품질의 제품을 제작하는 데 몰두했다. 정체성이 뚜렷한 디자인을 고민하고, 작가의 깊은 고민과 성찰을 표현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했다.

불안정한 수입에도 브랜드를 이어갈 수 있도록 두 번째 브랜드를 만들어 수입도 다각화했다. 제품 관련 이야기를 풀어 사람들로부터 제작비용을 투자받는 펀딩 사이트를 이용해 자연스럽게 '제작비 마련'과 '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도 썼다. 각종 쇼핑 플랫폼으로 판로를 넓힌 것도 사업 안정화에 큰 몫을 했다.

그의 이런 노력은 주얼리에선 드물게 디자인 특허와 최대 연매출 1억원을 기록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박씨는 “남들처럼 좋은 기업에 취업하는 것만이 '희망'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최선을 다해보는 것도 나만의 '희망'을 좇는 방법이라 생각한다”며 “때로는 실패하고 늘 성공할 순 없지만 정해진 답이 아닌 나만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삶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부천에 거주 중인 주얼리 디자이너 박모(30)씨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신의 공방에서 반지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박씨는 5년 전 창업을 시작해 여러 개의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부천에 거주 중인 주얼리 디자이너 박모(30)씨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자신의 공방에서 반지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박씨는 5년 전 창업을 시작해 여러 개의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박씨가 펀딩 사이트를 통해 제작, 판매한 '보아뱀 반지'의 모습. 이 반지는 디자인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주얼리 분야에선 이례적으로 특허를 받았다.
박씨가 펀딩 사이트를 통해 제작, 판매한 '보아뱀 반지'의 모습. 이 반지는 디자인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주얼리 분야에선 이례적으로 특허를 받았다.

▲ '취업' 안 해요, 나만의 길 '창업' 합니다

박씨처럼 '나만의 길'을 가는 청년들이 점점 늘고 있다. 더 이상 대기업, 공공기관으로의 안정적인 취업만이 답이 아닌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다.

나만의 길을 가는 데 '성공' 역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부와 명예까지 따르면 더 좋지만, 그 뿐이다. 청년들은 '내가 하고 싶은' 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며 스스로 성장하고 만족감을 느끼는 데 집중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기지역 창업기업은 2016년 32만1234개에서 2022년 39만9091개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경기가 침체됐음에도 2018년 37만8899개, 2019년 36만1001개, 2020년 43만1992개, 2021년 44만584개 등 꾸준히 늘었으며, 오히려 엔데믹으로 가는 2022년에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기간 30세 미만 또는 30~39세 청년들의 창업도 늘었다. 2016년 11만6815명이던 30세 미만 창업가는 2021년 18만3956명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17만3022명으로 다소 감소했으나 꾸준한 증가세를 보인다.

30~39세의 창업 역시 2016년 29만3407명에서 2018년 30만명을 돌파한 후 2021년 32만7431명, 2022년 32만980명으로 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40~49세 창업자가 2016년 36만7084명에서 2022년 35만4943명으로 줄고, 동기간 50~59세 장업자가 28만9000여명 수준(28만9138→28만9278명)을 유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처럼 청년들의 창업이 늘고 있는 데는 이전과 달리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감소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3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창업진흥원이 발표한 '창업기업실태조사(2020년 기준)'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전체 창업기업 307만2000개 중 30대 이하 청년층 창업기업은 67만5000개(22%)로, 창업기업들은 준비 단계에서 '자금확보(70.7%)'를 창업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지인 만류(3.3%)', '부정적인 사회분위기(2.8%)'는 낮은 비율로 나타나 창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 같은 인식은 창업 실행단계에서도 '더 큰 경제적 수입(52.7%)' 다음으로 주요 창업 동기를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38.0%)'로 뽑으며 재확인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해 7월 안산시 단원구에 문을 연 '경기도 청년푸드 창업허브' 1호점 입점자들이 기념 촬영을 한 모습. 경기도 청년푸드 창업허브는 청년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외식 창업모델을 제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사진제공=경기도
지난해 7월 안산시 단원구에 문을 연 '경기도 청년푸드 창업허브' 1호점 입점자들이 기념 촬영을 한 모습. 경기도 청년푸드 창업허브는 청년 창업자들에게 새로운 외식 창업모델을 제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추진된 정책이다./사진제공=경기도

▲ 끝없는 '경쟁'은 이제 그만!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감소 외에도 청년들이 창업의 길을 선택하는 데는 '높은 취업난'과 이를 위한 '끝없는 경쟁'이 원인으로 작용한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8년 67.7%였던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은 2019년 67.1%, 2020년 65.1%까지 하락한다. 2021년 67.7%로 다소 상승했지만, 높은 취업난으로 취업을 아예 포기한 29세 이하 니트족(일할 의지가 없는 청년 무직자)이 40만5300여명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청년들이 느끼는 취업의 문턱은 높다.

취업의 문턱이 높다는 건 꿈의 직장처럼 여겨지는 '대기업' 입사를 위한 '스펙'만 봐도 쉽게 확인된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지난해 1000대 기업에 입사한 신입사원의 합격스펙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신입사원의 평균 졸업학점은 3.7점(4.5점)에 토익점수 834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합격자 중 66%는 영어 말하기 관련 시험 성적을 갖고 있었으며, 75.9%는 1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십 경험자는 전체 합격자 중 38.5%, 공모적 수상 경험자 비율은 36.4%로 집계됐다.

이밖에도 제2외국어 점수, 해외 체류 경험, 사회봉사 경험 등 취업을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고스펙이 요구되는 중이다.

 

▲ 다양한 '선택'에 든든한 '지원' 필요해

이처럼 다양한 이유로 취업 전쟁에서 이탈을 선언하는 대신 적성과 흥미를 찾아 '창업'의 길로 나선 청년들이 늘자, 경기도는 지역 청년들의 창업을 돕기 위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첫 번째는 '청년협업마을'이다. 청년들이 다양한 창업활동을 실험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공간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정책으로, 사업자 등록 3년 이내인 초기 창업자를 대상으로 2인 이상의 프라이빗한 사무실과 1인 창업을 시작한 예비 및 초기 창업자를 위한 단독 사무실을 제공한다. 만 19세 이상~만 39세 이하 청년 중 예비 창업자거나 초기 창업자인 사람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지원 접수를 받기도 했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디딤돌 취업지원사업'도 있다. 성남시에서 운영되는 해당 사업은 경기지역에서 운영되는 3~5인 이상의 여성 동아리 중에서 취업과 창업을 희망하거나 협동조합 설립을 원하는 동아리를 모집한다.

사업에 선정되면 학습공간이나 전문성 신장 교육, 전문가를 통한 멘토링을 비롯해 다양한 매체 홍보와 취창업 컨설팅 등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청년 창업자에 임차료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만 19~34세 이하 청년 창업자 중 파주시에 거주하거나 파주시 소재 사업장을 운영하는 청년, 사업자등록 1년 이내인 청년에겐 임차료의 50%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이밖에도 경기도는 청년 창업자를 위한 각종 강의와 컨설팅, 경진대회, 육성 사업을 진행하며 청년들의 다양한 꿈과 희망을 지원하고 있다.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