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2030, 재테크에 올인

지난해 상반기 체감경제고통지수
15~29세 25.1 압도…2위 60대 16.1

지출 절약법 공유 카톡 '거지방' 유행
아낀 돈 주식·암호화폐 등 밀어 넣어
2030 겨냥 잇단 소액 투자 어플 출시

화성에 거주하는 김모(37)씨는 최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중 '거지방'을 즐기고 있다. 평소 한 달에 180~200만원 지출하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다. 거지방은 각자의 소비를 점검하며 절약 방법을 공유하는 대화방이다. 주로 20·30세대가 참여하고 있는 이 방엔 지난달 30일 기준 1496명이 있다.

출퇴근길에 이용할 차량 구매를 고민하던 김씨는 해당 방에 “출퇴근용으로 스파크 괜찮나요?”라고 물었다. 김씨의 질문에 “기만입니다”, “두 다리가 있습니다”, “걸어다니세요”, “스파크 튀게 뛰세요”, “자전거 타세요” 등 답장이 줄줄이 달렸다. 모두 안된다는 얘기다.

김씨 역시 어느 한 사람이 하루 식사와 간식 비용으로 2만5000원 정도 지출이 적당하냐는 물음에 “밥을 좀 저렴하게 드시라”고 조언했다.

파주에 사는 이모(31)씨도 같은 거지방을 이용한다. 이씨는 지난 한 달 동안 거지방을 이용한 결과 통신비, 공과금 등 고정비를 제외하고 12만원 절약했다고 설명했다. 거지방을 이용하기 전엔 보통 일주일에 17만원을 지출했는데 거지방을 이용하고 나선 13만원까지 줄였다.

이씨는 “거지방에서 가볍게 대화를 하는 수준이지만 돈을 많이 쓰고 있다거나 소비를 더 줄여야겠다는 경각심을 들게 한다”며 “주변에서도 많이들 거지방을 하고서 소비 습관이 바뀌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거지방 외에도 같은 취지로 만들어진 거지방은 지역과 성별 등에 따라 나뉘어 수백개에 이른다. 그만큼 20·30세대 사이에서 절약이 대세다.

그렇다면 20·30세대가 돈을 절약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그 돈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20·30세대가 절약하는 이유는 다른 세대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게 가장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절약한 돈은 더 많은 돈이 모이도록 하는 재테크에 몰리는 상황이다.

▲20·30 어느 세대보다 경제적 고통 가중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2년 상반기 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를 보면 15~29세가 25.1로 가장 높았다.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연령대별 체감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다. 15~29세에 이어 60대가 16.1로 높았고, 30대 14.4, 50대 13.3, 40대 12.5 순이었다.

경기도가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경기복지재단을 통해 만 19~34세 경기지역 청년 5000명 대상으로 한 청년가구 실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난 1년 동안 무엇 때문에 어려웠냐는 물음에 청년들은 경제적 빈곤감(33.1%)을 가장 많이 꼽았다. 10명 중 3명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셈이다. 이어 취업에 대한 걱정(25.4%), 우울감·외로움(13.6%), 직장 내 갈등(5.3%), 건강 악화(3.3%), 대인관계 갈등(2.9%), 가정불화(1.5%) 등 순이었다.

청년들의 월 지출액 중 부담이 되는 분야는 주거비(28.9%)가 가장 많았다. 이어 식비(27.3%), 부채 상환(11.1%), 등록금 등 학비(8.2%) 등 순이었다.

 

▲재테크로 몰린다 … 20·30 겨냥한 플랫폼 줄탄생

청년들의 이런 경제적 고통은 재테크로 이어졌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4월26일부터 28일까지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직장인 암호화폐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40.4%는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는 20·30세대가 이용하는 재테크 중 하나다.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49.8%로 가장 많이 투자했다. 이어 20대 37.1%, 40대 34.5%, 50대 이상 16.9% 순이었다. 20대와 30대만 전체의 86.9%다. 사실상 암호화폐 이용자 대부분이 20·30대다.

응답자들이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이유는 '월급만으로는 목돈 마련이 어려워서'(53%)가 가장 많았다. 이어 '소액으로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51.1%), '24시간 연중무휴로 거래할 수 있어서'(29.4%), '주변에서 많이 하고 있어서'(27.5%), '안 하면 나만 손해인 것 같아서'(27.4%), '직장 생활과 병행이 가능해서'(24.4%), '변동성이 심해 스릴이 있어서'(13%) 등 순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의 경우 20·30세대의 투자 비율은 낮지만, 의향은 컸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업체 '직방'이 지난 4월18일부터 5월2일까지 72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재테크, 투자 수단으로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응답자는 36.0%였다.

20·30세대의 경우 중 재테크 수단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한 이들이 19.6%였는데, 부동산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4.5%로 다른 연령대보다 높았다.

이 때문에 20·30세대를 겨냥한 이색적인 재테크 플랫폼도 나오고 있다. 소액 투자 방식으로 휴대폰에 어플만 깔면 바로 시작할 수 있고 소유권 쪼개기로 소액 투자가 가능한 방식이 대부분이다.

그중 '뮤직카우' 플랫폼은 특정 곡에 대한 저작권료 분배 청구권을 투자자들이 지분처럼 보유하며 거래하는 플랫폼하는 게 특징이다. 음원 수익이 발생하면 지분대로 배당한다. 배당 수익은 물론, 회원 간 지분 거래도 할 수 있다.

소에 투자하는 플랫폼인 '뱅카우'는 한우 농가와 투자자를 연결해준다. 6개월령 송아지를 투자자들이 공동 구매하면 농가가 2년여 동안 키워 경매로 넘긴다. 사료 등 소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을 제외한 수익은 투자자들이 지분대로 나눠 갖는다.

/최인규·정해림 기자 choiinkou@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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