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합원들이 의료 인력 확충과 근무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7월 산별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13일,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다양한 의료 종사자들이 속해있는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인력과 공공의료 확충"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는 19년 만에 벌이는 대규모 파업으로, 노조는 필수 인력을 파업에서 제외하고 응급 대기반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 현장에서는 파업 전부터 수술이 취소되고 환자가 전원 조처되는 등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파업에 대해 노조 측은 인력 부족으로 필수·공공의료가 붕괴 위기에 처했다고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현안점검회의에 이어 열린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강기윤 보건복지위 국민의힘 간사./사진=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보건의료 관련 당정 현안점검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의료 이용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비상 진료 대책을 점검했다"고 말했다.

윤 정부는 이번 파업으로 인한 혼란이 없도록 ▲ 필수의료 서비스 유지 ▲ 입원환자 전원 지원 ▲ 필요 인력 지원 및 인근 의료기관 협력체계 구축 등의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이 유지될 수 있도록 지자체, 병원협회, 의료기관과 협력체계를 갖췄다"며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통해 긴급 후송 등을 통해 생명 문제에 지장 없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원환자 전원이 필요할 경우 인근 병원으로 신속하게 전원해 진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필요한 지원을 한다"며 "정부도 병원에 대해 필요한 인력 지원과 인근 의료기관 협력체계 구축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보건의료노조를 향해 총파업이 정당하지 않다면서 파업 철회를 촉구했다.

조 장관은 "민주노총 파업 시기에 맞춰 정부 정책 수립과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민주노총 파업 계획에 동참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현장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민주노총 파업 동참계획을 철회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주기를 바란다"며 "합법적인 권리 행사는 보장하지만 정당한 쟁의 행위를 벗어나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막대한 위해를 끼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엔 보건의료노조 산하 127개 지부 145개 사업장이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한다.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를 중심으로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약사, 치료사, 요양보호사 등 의료 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가입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로, 의사는 일부만 가입해 있지만 의료계 다양한 직역들이 속해 있다.

파업 사업장은 사립대병원지부 29개, 국립대병원지부 12개, 특수목적 공공병원 지부 12개, 대한적십자사지부 26개, 지방의료원 지부 26개 등이다.

널리 알려진 '서울 빅5' 병원 중에서는 파업 참여 의료기관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서울의 경희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고려대구로병원, 이대목동병원, 한양대병원, 경기의 아주대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등 전국 20곳 안팎의 상급종합병원이 파업에 참여한다.

보건의료노조의 총파업은 지난 2004년 의료민영화 저지·주5일제 관철을 주장하며 파업한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노조 측은 이번 파업에 4만5천명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했는데, 이는 19년 전 파업 참여 인원인 1만여 명의 4배 이상이다.

노조는 코로나19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2021년 9월에도 총파업을 예고했지만,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파업 직전 철회했었다.

노조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파업"이라며 "인력부족으로 인한 환자 피해와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에 내몰린 의료현장의 실상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작년 '9·2 노정 합의'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의료인 처우 개선 등이 이행되지 않고 있고 이에 따라 공공의료가 위기에 처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전담병원'으로 활약한 지방의료원에 대해 지급하는 회복기 손실보상금과 관련해 지급 기간이 지나치게 짧다며 "코로나 영웅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를 통한 간병비 해결 ▲ 보건의료인력 확충 ▲ 직종별 적정인력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 명확화 ▲ 의사 확충과 불법 의료 근절 ▲ 공공의료 확충과 코로나19 대응에 따른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며 지난 5월부터 사 측과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결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노조는 "사용자 측이 제도 개선과 비용 지원 등 정부 핑계를 대며 불성실교섭을 했고, 정부는 의료현장의 인력대란과 필수의료·공공의료 붕괴 위기를 수수방관하며 각종 제도개선 정책 추진 일정을 미루면서 교섭 타결에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노조는 이번 파업의 기한을 '무기한'이라고 설명하는 동시에 이날부터 이틀간 '투쟁'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낮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에서 모인 조합원들과 함께 '2023 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대회'를 개최하고, 14일에는 서울, 부산, 광주, 세종 등 4곳의 거점 지역에서 집회를 연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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