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주요 사건]
루이 암스트롱의 새해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
한성 임시정부 수립 '선포'
스페인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국립묘역안장
사라진 '동인도 회사'
제임스 어셔 주장 '지구 탄생일'
“몰라도 된다. 검색하면 되니까.”
난 검색에 '잼뱅이'이다. 그러나 녹색창에 '잼뱅이'를 입력하면 어느 지방 사투리의 짧은 홑바지라 설명한다. 녹색 창의 검색은 맞지만, 내가 찾는 검색은 아니다. 난 손을 뜻하는 '잼'과 비하적 표현의 '뱅이'가 합쳐졌다는 말뜻을 알고 싶었다.
그런 거다. 지식의 속성은, 알려주고 싶은 것만 알려주는 거다. 지식은 사실이 아니다. 진실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게 정체된 과거의 지식은 오늘의 지식이 될 수 없고, 내일은 쓸모없어 진다. 지식은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황해문화는 말라버린 인천 출판 문화에 희망이다. 전성원 황해문화 편집장은 1996년부터 이 계간지의 몸통이다. 깡깡한 겉모습에서 뿌리내린 황해문화의 튼튼함을 느끼게 하고, 섬세하고 사려 깊은 말과 행동을 통해 황해문화의 고민과 내용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쓴 <길 위의 독서>와 <누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가>를 이미 읽은 후라, 다음 책을 기다렸다. 몇 달 전 그의 책 <하루 교양 독서(나와 세계를 잇는 생활습관)>가 출판됐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삶의 여유를 뺏긴 터라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내일, 내일, 미루다 겨우 만나게 됐다.
인류가 탄생했고, 역사를 기록한 이후부터 1년 365일(물론 윤달이 있는 해를 다르다) 중 하루라도 편한 날이 있었을까. 매일 수천, 수만가지 사연과 사건이 켜켜이 쌓이지만 잊히던가 지워진다. 그런 무수한 사건에서 하루씩 추려내 365일을 써내려간다는 것은 정말 귀한 일이다. 생각이 사시나무 떨듯 하는 사람이 역사를 건들면 절대 안 된다.
전 편집장은 “역사는 시간적으로 과거의 사건이 오늘 그리고 내일에 영향을 주면서 지속적으로 변한다”라 말했다. 또 역사학자 칼 베커의 말을 통해 “역사란 객관적 사실을 서술하는 작업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에 대한 현재적 해석이고 현재적 평가”로 표현했다. '점'에 머문 '역사'가 아닌 인과관계를 찾아 '선'으로 확장하고, 이를 현재적 의미를 더해 '면'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어릴 때 <한 잎의 여자>란 시집을 접한 후 시인과의 대화를 상상했고, 김현의 <행복한 책 읽기>를 통해 유쾌하지만 처절한 지성인의 성찰을 동경했다. <하루 교양 독서>의 들어가는 말인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두 거인이 등장하며 (사심이지만) 난 이미 책에 매료됐다.
이 책은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그날 일어난 여러 사건 중 한 가지를 짚어내 365가지 일화로 엮였다. 또 달마다 영어식 이름을 갖게 된 이유를 알려준다.
이렇게 1월1일 커다른 변화의 첫걸음으로 '루이 암스트롱의 새해'가 택해졌고,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인 영국이 12월31일 세웠지만 '해가 기운' 영국의 앞날을 엿보듯 사라진 동인도회사로 끝맺는다. 또 책 말미에 365가지 일화를 시간순으로 정렬시켜 역사의 흐름을 이해시켰다. 기원전 4004년 '제임스 어셔가 주장한 지구 탄생일'(10월22일)로 시작해 1919년 4월23일 홍진 선생 주축으로 만국공원(현 자유공원)에서 이뤄진 '한성 임시정부 수립 선포'와 1992년 4월11일 '서태지와 아이들 데뷔'를 지나 2019년 10월24일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국립묘역에서 안장'으로 끝이 난다.
이미 책을 접한 독자들은 1000페이지가 넘는 <하루 교양 독서>(두꺼운 책은 벽돌책이라 불린다)에 대해 관심 분야는 '꼼꼼한 읽기'로, 그렇지 않은 부분은 '가벼운 읽기'로 슬기롭게 읽어내고 있다. 북펀드 독자 명단도 빼곡히 적혀 있다. 이 책은 머릿속에 편린이 돼 꿰이지 못한 각종 지식들을 일목요연하게 만들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지식에 목마른자, 지혜롭게 역사를 살피고자 하는 자라면 <하루 교양 독서>가 딱이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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