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문일 논설위원.
▲ 이문일 논설위원.

한때 수도권 최고의 휴양지로 손꼽히던 송도유원지(연수구 옥련동)가 이젠 천덕꾸러기 신세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 방문했을 법한 유원지이건만, 지금은 황량할 뿐이다. 중고차수출단지 등으로 활용되면서 예전 모습은 찾아볼래야 그럴 수 없다. 무분별한 주정차와 날리는 먼지 등으로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교통과 환경 분야 민원을 제기할 정도다. 휴양지로 사랑을 받던 유원지가 골칫거리로 전락한 셈이다.

송도유원지는 일제 강점기 때부터 휴식공간 구실을 했는데, 1937년 해수 풀장을 품은 위락시설로 문을 열었다. 1963년 바닷물을 끌어들인 인공 해수욕장 등의 시설을 갖춘 뒤 휴양지로 재개장했다. 1970년엔 전국 첫 유원지 시설로 지정되면서 관광객이 몰렸다. '사계절 종합휴양지'로 이름을 알렸다. 유원지 내 놀이시설 중 대관람차에 오르면 인천 앞바다가 한눈에 보이고, 낙조도 감상할 수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소풍을 가거나 기업의 야유회 장소로도 인기를 끌었다.

송도유원지는 여름마다 해수욕과 캠핑을 즐기는 사람으로 꽉 들어찼다. 그야말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지경이었다. 유원지 내 매점과 식당은 돈을 포대에 담아야 할 만큼, 몰려드는 인파에 호황을 누렸다고 전해진다. 1980년대 초 지인들과 함께 캠핑을 하며 놀았던 기억을 떠올려 본다. 당시만 해도 수도권에 이렇다 할 휴양지가 별로 없어 송도유원지로 발길을 옮기지 않았나 싶다.

그러던 송도유원지는 2008년쯤부터 쇠퇴하기 시작했다. 시설투자도 이뤄지지 않은 데다 서울대공원 등과 같은 대형 놀이공원이 생기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탓이다. 결국 2011년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 그 뒤 놀이시설 등을 철거하고, 현재 중고차수출단지 등으로 이용할 뿐 개발 행위는 제한돼 있다. 한참 전 유원지를 찾았던 사람들의 '빛바랜' 기억 속에만 남게 됐다.

연수구가 송도유원지에 대한 감흥을 일깨울 '송도해변축제'를 열기로 해 눈길을 모은다. 구는 오는 7월29일부터 송도유원지의 아련한 추억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세대공감 축제를 준비 중이다. 송도 달빛공원 일원에서 9일간 열리는 축제는 '빛과 물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각종 이야기와 전시 등이 어우러지게 할 계획이다. 30~40대 자녀를 둔 시민들의 그 시절 기억을 소환할 수 있게끔 한다.

잊혀져 가는 송도유원지를 통해 도심 속 생동감 넘치는 축제를 연출하려는 구의 발상을 환영한다. 주민 여가를 넓히면서 구의 도시 이미지도 쇄신하는 일석이조의 계기로 자리를 잡길 바란다. 옛 송도유원지가 어떤 방향으로든 새롭게 설계돼 전환점을 맞았으면 싶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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