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은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 이후 동요하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 자국 방송 언론에 '쿠데타'라는 단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 러시아 방송 채널의 모스크바 스튜디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6일 크렘린궁은 '쿠데타'와 '폭동' 등 단어 대신 '반란 시도'를 사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또 반란을 주도한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용병들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 전투로 인한 파괴 흔적을 방송으로 전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 밖에 NTV와 채널1 등 방송 채널은 바그너 그룹 공습 과정에서 사망한 러시아군 조종사를 언급해선 안 된다는 지침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프리고진이 반란 이후 첫 발언을 했을 때는 언론사에 "이를 무시하라"는 권고가 내려지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러시아 내 한 언론사 측은 "(당국이) 처음엔 지도부와 합의해 이 주제를 다룰 수 있다고 했다가 그 뒤엔 안 된다고 했고, 또 그다음엔 파괴된 현장 사진 없이 다루라고 했다"며 "모두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러시아 주요 신문은 대부분 당국에 우호적인 논조로 무장 반란을 다루며 1면에 주요 이슈로 실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무장해제된 반란'이란 제목으로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예고 없이 시작됐듯이 예기치 않게 끝났다"며 소식을 전했다.
타블로이드 신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바그너 그룹이 장악했던 로스토프나도누의 학생들이 용병들의 군사 장비를 배경으로 서있는 사진을 1면에 담았다.
기사 제목은 '우리나라가 무장 폭동 시도에서 살아남은 방법'이었다.
이어 "서방이 프리고진의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등 미국에 책임을 돌리는 기사를 포함해 총 5개 면에 걸쳐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다뤘다.
반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1면에 '프리고진은 떠나지만, 문제는 남을 것이다'는 다소 비판적인 제목의 기사와 이번 반란의 상징으로 떠오른 '서커스장 건물 입구에 끼인 전차' 사진도 함께 게재했다.
신문은 "러시아는 빠르게 나락에 다가갔지만, 그에 못지않게 빠르게 나락에서 멀어졌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벨라루스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고 적기도 했다.
이번 반란 사태 와중에 로스토프나도누의 서커스장 건물의 기둥 사이에 전차가 끼인 모습이 포착돼 세계인들의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어 더타임스는 다만 일간 RBK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배달이 중단됐고, 아르구멘티 네델리 등은 이 사안을 전혀 다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언론의 입을 애써 막아본다 한들 이미 흠집 난 '스트롱맨'의 권위가 쉽게 회복되긴 어렵지 않겠냐는 분위기 속 러시아 당국의 행보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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