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개 주식 종목의 동반 폭락 사태를 일으킨 '라덕연 사태'에 이어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까지, 금융시장에서 주가 조작이 횡행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적발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도 최근 5년간 총 3억2천여만 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수천억 단위로 판이 커진 자본시장의 불법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와 관련한 적발 실적은 2017년 139건에서 2018년 151건으로 오름세를 보였다가 2019년 129건, 2020년 94건, 2021년 80건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21년 적발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위반 유형을 보면 미공개정보 이용이 18건으로 가장 많았고, 부정거래가 12건, 시세 조종과 지분 보고의무 위반이 각각 10건이었다.

이밖에 무차입 공매도 적발을 포함한 기타 사항이 14건으로 나타났다.

▲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관련 유형별 적발 실적./자료=윤창현 의원실 제공, 연합뉴스

한 적발 사례를 보면 수년 전 한 기업의 실질 사주 A 씨는 주가를 올려 시세 상승 차익을 얻고자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을 홍보하는 B 씨에게 컨설팅 명목으로 자금을 제공해 시세 조종을 의뢰했다.

이후 B 씨는 전업투자자인 C 씨에게 시세 조종을 맡겼고 C 씨는 가족 명의 계좌뿐만 아니라 브로커를 통해 다수의 계좌를 확보해 서로 작전을 짠 후 매수·매도하는 통정매매, 직전 가격 대비 높은 가격을 반복적으로 제출하는 고가 매수 등의 수법을 썼다.

이들은 이 기업의 증자 계획 발표 등 호재성 공시 시점에 시세 조종 주문을 집중적으로 제출해 시세 상승을 극대화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최근 벌어진 '5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서 검찰은 온라인 주식정보 카페 운영자인 강 모 씨가 2020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여러 상장사 주식을 매매하면서 통정매매 등 시세 조종 행위로 주가를 조작,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통정매매는 SG증권발 폭락 사태로 드러난 주가 조작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라덕연 씨와 유사한 수법이다.

불공정거래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모이는 주식 부티크에서 주로 이뤄졌지만, 정보기술(IT) 발달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진화하면서 각종 신종 기법과 함께 리딩방, 포털 주식 카페, 증권방송, 유튜브, 카카오톡 등으로 무대를 옮겨 횡행하고 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불공정거래 적발이 줄어든 것은 그만큼 자본시장이 건전해졌다기보다는 당국이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갈수록 주가 조작 등의 수법이 치밀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금융시장을 망치는 불공정거래를 신고하더라도 그 대가가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지급 현황을 보면 2017년 5건, 2018년 3건, 2019년 2건, 2020년 5건, 2021년 1건 등 5년간 16건에 불과했다.

포상 금액 또한 2017년 8천727만 원, 2018년 6천240만 원 2019년 3천820만 원, 2020년 1억2천400만 원, 2021년 1천185만 원 등 총 3억2천372만 원에 그쳤다.

지난 5년간 지급한 포상 금액 중 최고액은 3천240만 원이었다.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방치할 경우 투자자 피해가 수천억 원에 이른다는 것을 고려하면 포상 제도가 부족한 셈이다.

▲ 대화하는 이복현 금감원장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도 이런 문제 등을 고려해 올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단속을 대대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0일 임원 회의에서 "금융투자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가 계속 발생해 최근 주가 하한가 사태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와 맞물려 투자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금융투자회사 스스로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상황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오는 12월 말까지 특별단속반을 구성하고 투자설명회 현장 단속, 유사 투자자문업자에 대한 일제·암행 점검에 나서며 이른바 '리딩방' 관련 집중 신고 기간도 함께 운영한다.

이와 함께 불법 공매도, 사모 전환사채(CB)·이상과열 업종 관련 불공정거래 기획조사를 지속하고, 상장사 대주주의 내부 정보 이용 등 신규 기획조사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