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줄어 사업 줄여야 할판
내년 동결·올라도 소폭 전망

경기도를 비롯해 지방자치단체가 '최저임금'만으로는 어려운 노동자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자는 목적으로 도입한 '생활임금' 인상에 먹구름이 꼈다. 지자체 재정 상황이 점점 안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무원 인력 축소 방침, 최저임금을 놓고 노사가 갈등 더해지면서 2024년 동결되거나, 낮은 인상 폭을 기록할 것으로 지자체는 전망하고 있다.

12일 인천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도를 비롯해 31개 시군은 생활임금과 관련된 조례를 두고 있다. 임금 적용 대상은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노동자, 시로부터 사무를 위탁받았거나 공사·용역을 제공하는기관·업체 노동자 등이 대상이다. 임금 인상 심의는 전문가 등으로 꾸려진 위원회가 하고, 통상 8∼9월쯤 결정된다. 대상자는 경기도가 1만명, 수원시 4000여명, 성남시 2000여명 용인시 1900여명, 화성시 1000여명 등이다. 31개 시·군을 모두 합하면 3만명쯤으로 추정된다.

도의 생활임금은 2023년 1만1485원으로 책정됐다. 최저임금 9620원의 119.4%다. 지자체마다 1만~1만1485원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동두천시가 1만70원으로 가장 적게 주고 있다.

2023년 도의 생활임금 기준을 적용한다면 전체 노동자 인건비는 한 달에 720억원 정도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 1만1141원 기준 660억원보다 6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세수 감소로 각종 사업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서 '생활임금'까지 올리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수원시의 경우 올해 3월까지 확보한 취득세는 111억원이다. 2021년 507억원 대비 400억원 감소했다.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삼성전자 법인지방소득세도 1517억원으로 2022년 2141억원보다 624억원이나 낮아졌다. 이밖에도 경기도를 비롯해 각 지자체가 동일한 문제를 겪고 있다.

실제 생활임금이 동결된 적도 있다. 코로나19로 경제 직격탄을 맞을 당시 용인시는 생활임금을 인상하지 않았다. 같은 시기 수원시도 동결했고, 대부분 지자체는 1.5% 수준만 인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정부에서는 2024년 최저임금과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보다 20%이상 인상한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자, 소상공인은 최저임금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일 노동계 입장이 반영된다면 생활임금이 낮아지게 된다.

수원시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안 좋기에 인상하는데 고민이 드는 것 사실"이라며 "다만 생활임금은 전문가, 공무원, 노동자로 꾸린 위원회에서 결정하기에 예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용인시 관계자도 "사업을 줄여야할 정도로 세수 상황이 어렵다"며 "생활임금 심의 때 고려되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