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약 보증금 44% 하락
연수구 165건 최고·서구 순
▲ 연수구 송도동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 연수구 송도동의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A 아파트 단지 한 세대(95.87㎡)에선 지난 5월13일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직전에 체결했던 전세 보증금은 6억7000만원. 하지만 집주인은 이번엔 4억3000만원으로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했다.

집주인이 2년 만에 2억4000만원을 돌려준 셈이다.

A 아파트 계약 하루 전인 5월12일에는 남동구 간석동 B 아파트(119.52㎡) 전세 계약이 2년 전 5억5000만원에서 2억2000만원 내려간 3억3000만원으로 갱신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4월13일엔 부평구 부개동 C 아파트(84.52㎡) 전세 보증금이 2년 만에 4억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깎여 나가기도 했다.

최근 들어 가파른 주택 공급에 인천 아파트 전세 가격이 집값 내려가는 속도를 추월하면서 여기저기서 집주인이 보증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나 청라국제도시처럼 비교적 고급 주택이 몰려 있는 곳뿐만 아니라 남동구나 부평 등 원도심에서도 2년 만에 몇억원씩 하락하는 전세 갱신이 확인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올해부터 지난 5월31일까지 인천지역 전세 거래 현황을 분석했더니 갱신 여부가 확인되는 전세 계약 3591건 가운데 43.9%(1577건) 거래에서 보증금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금액으로 전세 계약을 이어간 경우는 28.1%(1008건)고, 보증금을 올려받은 건은 28.0%(1006건) 정도다.

보증금 하락 거래에서 1억원 넘게 세입자에게 돌려준 비율은 29.7%(469만원)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1억원 이상 감소 전세 갱신을 지역별로 따져보면 연수구 165건, 서구 140건, 중구 60건, 남동구 35건, 부평 34건, 미추홀구 28건, 계양구 6건 등 대부분 지역에서 확인되는 모습이다.

부평구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원래 살던 집은 전세로 주고 받은 보증금을 기반으로 더 좋은 집을 사는 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구조인 상황에서 이렇게 2년 만에 1억원씩 보증금이 급락하면 집주인 입장에선 당장 1억원 넘는 돈을 현금화해 돌려주기가 쉽지 않다”며 “은행 대출 받아서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실제로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자사의 빅데이터 솔루션 '직방 RED'를 통해 산출한 전세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인천 전셋값은 2년 전보다 17% 넘게 하락했다.

인천은 2020년 8월 임대차법 시행 이후 2021년 10월에 전셋값이 고점을 기록한 후 큰 폭의 하락을 보이다가 올해 초에는 3년 전인 2020년 초 수준까지 내려갔다.

문제는 인천 전셋값 곤두박질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있다. 지난 22일 전주보다 0.07% 하락한 인천 전셋값은 지난주에도 0.08% 떨어지며 낙폭을 키웠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