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혜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br>
▲ 박지혜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

“열심히 일한 개미는 따뜻한 집에서 배부른 겨울을 날 수 있었어요.”

어렸을 적 읽었던 우화에는 늘 그런 교훈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면 좀 더 멋진 직장에서 일할 수 있고, 열심히 일하면 좀 더 넓은 집을 사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언뜻 상식적으로 보이는 교훈 말이다.

그러나 오로지 '입시'라는 지상 최대의 목표를 위해 20여년을 바친 청년들이 치열한 경쟁을 뚫고 마주한 현실은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경제 악화로 양질의 일자리는커녕 취업조차 쉽지 않았고, 어렵사리 구한 집은 전세 사기로 빼앗겼다.

그저 열심히 산 대가는 처참하다. 운도 없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역사적 사건까지 마주하며 30대 이하 청년들은 2금융권까지 '영끌'해 살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 금액만 작년 말 기준 514조5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도 전 재산인 전세 보증금을 사기당한 20~30대 청년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고, 구직 시도조차 단념한 청년들은 그저 '쉼'을 택하며 6개월 연속 실업률을 감소시키는 아이러니까지 만들고 있다.

마음이 멍들지 않을 수 있을까. 사회에 대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약점을 드러내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데 말이다. 끝까지 버티며 괴물이 되어가든가, 패배자가 되든가, 잔인한 선택지뿐이다.

전문가들은 적당한 시기에, 고민이 무거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예산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과연?' 의문이 드는 비참한 현실이다.

'베짱이의 시대'가 왔나 보다. 모든 걸 내려놓고 고립을 택하며 '나'를 지키기로 한 베짱이들의 시대. 방문을 걸어 잠그는, 어쩌면 가장 용감한 선택을 한 베짱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이 모든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라고.

/박지혜 경기본사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