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명해져라. 그렇다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열렬히 박수쳐 줄 것이다.”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이 남긴 명언, 물론 이 말은 앤디 워홀이 한 말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27일 서울대 학생 A씨가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이탈리아 설치미술가 마우라치오 카텔란의 작품 '코미디언'을 훼손하면서 화제가 됐다. 이 작품은 캔버스 한 가운데 바나나를 붙여놓았는데 작품 가격만 12만달러(한화1억5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이 바나나를 떼어 먹은 뒤 껍질만 다시 붙여놓았고 왜 먹었냐는 질문엔 “배가 고파서”라고 답했다.

비슷한 사건이 4년 전에도 있었다. 카텔란의 첫 전시 당시 아티스트 데이비드 다투나가 바나나를 떼어 먹고는 '배고픈 아티스트'라는 제목을 붙였다. 덕분에 각종 '밈'을 쏟아내며 카텔란의 작품은 유명세를 탔다. 다투나는 카텔란의 '황당한' 작품이 비싼 가격에 팔린 것에 대한 비판으로 이런 소동을 벌였다.

그래피티 화가 뱅크시는 한 노인에게 자신의 스케치 작품을 팔게 하고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뱅크시의 작품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런데 2021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노인에게 팔게 한 스케치 중 하나인 '풍선과 소녀'가 약 15억원에 팔렸고 그림이 낙찰된 순간 뱅크시는 미리 설치해둔 파쇄기로 그림을 갈아 버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직후 뱅크시는 “당신 같은 멍청이가 쓰레기를 살 줄 몰랐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허구의 현대미술을 저격한 신랄한 풍자 퍼포먼스였다.

'예술가의 똥을 채워 놓은 깡통', '황금으로 만든 변기', '압정 붙인 다리미'… 현대미술은 혼란스럽고 당혹스럽기만 하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는 예술. 이 시대 과연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일까?

/박혜림 경기본사 문화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