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욱 사회부 기자
▲ 이창욱 사회부 기자

대학교 2학년, 처음 독립했다. 학교 앞 주택 2층 창고를 개조해 만든 허름한 단칸방이었다. 함께 자취하던 동생과 반씩 나눠 내던 월세 30만원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었다.

첫 직장생활에도 옥탑방 월세였다. 적은 월급에 월세 25만원을 내니 돈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냥 흘려보내는 돈 같던 월세가 무척이나 아까웠다.

월세 3년 차 처음 아파트로 이사했다. 첫 전셋집이었다. 원래 내던 월세의 배 이상을 전세자금 대출 상환을 위해 은행에 냈지만 흘려보내는 돈 같진 않아 마음이 한결 편했다.

후에 알게 됐지만 전세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거 형태였다. '전세'를 'jeonse'로 표기할 만큼 한국적인 제도였다. 이 좋은 게 왜? 월세 탈출이 꿈이었던 내겐 의문이었다.

하지만 곧 알게 됐다. 전세는 자가를 위한 주거 사다리가 아니다. '대출이자'라는 이름으로 은행 배 불리는 장사이자 투기꾼들의 자산 증식 방법에 불과했다. 전세라는 기형적 시스템은 이를 가능케 했던 금융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해 집값 거품을 막지 못한 정부의 무능함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그 원리와 구조를 잘 아는 범죄단체가 벌인 사건이 바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건이다.

피해자 3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자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특별법 제정에 들어갔다. 범죄자들의 공판도 진행 중이고 경찰도 추가 피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세제도 그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은 “전세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사후 대책과 범죄단체에 대한 엄벌은 필수다. 동시에 사회적 재난이 된 이번 사건이 '전세'라는 주거 시스템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창욱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