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드라마 '파친코'가 인기리에 방영됐다. 재미동포 이민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친코'는 생존을 위해 고국을 떠나 일본, 미국으로 향한 일제강점기 조선인 이민자들과 그 가족의 삶을 그려냈다. 드라마가 흥행하며 전 세계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재외동포, '코리아 디아스포라'가 한인 이주 120주년을 맞아 재조명됐다.
선자, 한수 등 소설 속 조선인들이 조국을 떠나간 이유는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이뤄진 최초의 한인 이주와 닮아있다. 121명으로 출발해 하와이에 최종 상륙 허가를 받은 86명의 이민 선조는 당시 한반도 정세의 혼란과 배고픔에 이민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후 1905년 4월까지 7415명이 하와이로 이주해 갔다.
하와이 교포들은 이역만리 사탕수수밭에서 피 땀 흘려 번 15만 달러를 조국의 대학 설립기금으로 내놓았다. 교포들의 성금으로 육성한 '한인기독학원'을 매각한 돈으로 '인'천과 '하'와이에서 이름을 딴 인하대가 설립됐다. 인천에서 고향을 떠나온 교포들의 향수가 다시 인천에 '인하대'란 이름의 기념비로 세워진 것이다. 해외의 민족 교육운동이 조국으로 이어진 디아스포라 귀환의 상징이기도 하다.
인천에서 최초로 이루어진 '코리아 디아스포라'와 '디아스포라의 귀환'은 지금도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아메리칸타운, 국제학교 등 인프라가 좋다는 이유를 떠나 재외동포청 설치의 지리적·역사적 상징성이 오직 인천에만 있는 이유다.
굶주림, 독립운동, 전쟁 실향민, 파독 간호사와 광부 등 다양한 이유로 이주한 재외동포가 730만에 이른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소설 '파친코'의 첫 문장은 모든 이민자들의 심정이었을 것이다. 질곡 많은 한반도의 역사가 그들을 타향으로 내몰았지만, 한국인이란 정체성을 갖고 190여 개국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내고 있다.
재외동포들의 삶을 이제 조국이 적극 지원할 때다. 그리고 그 최적지는 이주민들의 최후의 땅이자, 귀환 시 맞이할 최초의 땅, 바로 인천이다. 인하대 최원식 명예교수는 한 철학자의 말(주인은 손님의 손님)을 빌려 “주인은 먼저 온 손님인 만큼, 뒤이어 오는 손님을 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친코'의 선자는 영도로 돌아오는 데 반세기가 걸렸다. 120년을 거쳐 온 한인 이주의 역사, 그들을 처음 떠나보낸 인천이 다시 그들을 환대할 준비를 해야 한다.
/허종식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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