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

가천대 길병원과 지역주민 간의 첨예한 대립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지난해 6월부터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던 가천대 길병원의 장례식장 증축 이전 계획이 결국 철회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021년 7월경 주차장과 시설 확충 등을 목적으로 기존 장례식장 증축 허가를 관할 남동구청에 신청했고, 같은 해 11월 건축 허가를 받았다. 기존 어린이병원과 한방병원을 철거한 뒤 지하 7층, 지상 5층 규모의 장례식장을 신축하려 했지만 공사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지역주민들이 소음과 안전성, 생활권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 증축 예정용지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통행로와 바로 맞닿아 있었기에 큰 반발이 예상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으며, 이러한 배경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수용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를 마련한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이나 에너지 발전소 건설, 폐기물 처리시설과 같은 혐오시설 유치 등의 사안이 주로 해당한다. 이 경우 주민수용성 확보야말로 지방자치시대에 걸맞은 바람직한 정책 집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대전제를 놓고 봤을 때, 이번 길병원 장례식장 증축 절차를 추진하면서 민선 7기 인천시와 남동구의 교통영향평가, 건축 심의·허가 절차 이전에 주민 의견 수렴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 반문하고 싶다. 사업을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수많은 아파트 입주민들의 주거권 확보를 위한 항의가 있음에도 이미 허가가 끝났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주민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역주민들은 말한다. 또한 관할 구청에서 사업 추진 시 예상되는 쟁점이 있을 것이라고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면 이것은 '소극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도 볼 수 있기에 더 큰 문제가 된다.

흔히 공직 사회의 소극행정 사례는 다양하다.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 없이 형식만 갖추면 부실하게 처리되는 편의 행정과 현실성이 없는 관습과 관행에 따른 탁상주의식 일처리, 업무 떠넘기기, 시민 편익이 아닌 관을 중심으로 행정을 처리하는 사례들이 소극행정에 해당한다. 이번 길병원 장례식장 증축과 관련해 일련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지켜보며 필자가 지역주민과 뜻을 같이했던 입장에서 느꼈던 것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민원을 제기한 지역주민들이 관할 구청 공직자들에게 가장 아쉬워했던 부분과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수년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슬로건처럼 주장하고 있는 용어가 있다. '적극행정'이라는 용어다. 소극행정을 예방하고 적극적으로 행정을 추진하자는 취지이며, 사익보다는 공익을 위해 공무원 개개인의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현실감 있게 일처리를 하자는 것이다. 구의원과 시의원을 거치며 공직사회에도 전보다 적극적인 행정으로 변화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앞으로도 '주민을 위한 적극적인 문제 해결자'로서의 공무원이 많아지고 공직문화가 자리 잡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번 길병원 장례식장 증축 철회와 관련하여 용단을 내린 가천대 길병원 측에 지역구 시의원으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계획을 변경하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리라 짐작이 간다. 가천대 길병원은 인천시에 소재한 3곳의 상급종합병원 중 하나로, 인천과 부천, 시흥, 멀게는 충남 서해안권을 관할하도록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어 인천시민과 인접 자치단체 주민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없어서는 안 될 인천지역 최대의 대형병원이다. 가천대 길병원이 앞으로도 지역 대표 의료기관으로서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주길 바란다.

/신동섭 인천시의회 행정안전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