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타국의 한 돼지농장에서 일하다 10년 만에 싸늘한 주검이 돼 돌아온 남편 A씨를 마주한 태국인 아내 B씨는 애써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11일 오후 2시15분쯤 포천시 신북면의 한 장례식장 시신 안치실 밖으로 오열소리가 흘러 나왔다.
5분 가량 사망자를 확인하고 나온 B씨는 두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한참을 흐느꼈다.
함께온 지인들은 말 없이 그의 팔을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슬픔을 나눴다.
B씨는 “남편의 시신을 버린 농장주를 나쁜 사람”이라며 “남편이 버려져야 되는데 한국에서 이렇게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그를 돕는 포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관계자는 전했다.
아울러 B씨는 일부의 주장과 달리 “남편은 술을 하지 않았다. 건강했다”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유족 측은 장례식장 사무실에서 포천시와 장례 절차를 논의했다.
유족 측은 국민 대부분이 불교를 믿는 자국 문화에 따라 시신을 화장, 의정부 소재 태국인 사원에서 태국 방식으로 예를 갖추기를 희망했다.
앞서 B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해 지사협의 도움을 받아 포천으로 이동했다.
당초 30대 아들과 함께 오려고 했으나 비자가 나오지 않아 아내만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에서 곧장 달려온 그는 숙소를 짐을 풀 겨를도 없이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미리 나와있던 포천시청 직원들과 만난 B씨는 두손을 얼굴 앞으로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마스크를 쓴 검은색 바지 정장에 짙은 푸른색 블라우스 차림이었다. 그의 손도 거칠었다.
포천시는 이날 “최대한 예의를 다해 장례절차를 (지원)하고 출국할 때까지 성의를 다하겠다”는 뜻을 유족에 전달했다.
시신을 확인한 B씨는 “생전 남편이 일했던 곳을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다”며 인근 영북면의 돼지농장으로 출발했다.
앞서 60대 태국인 노동자 A씨는 지난 4일 해당 농장 인근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3년 사증면제로 입국한 A씨는 10년간 이 곳에서 돼지 1000마리 가량을 농장주와 둘이서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사망하자, 그 시신을 유기한 농장주는 최근 경찰에 구속됐다.
이번 사건은 아내인 B씨가 최근 “남편과 연락이 안 된다”며 포천에 사는 지인들을 통해 남편의 행방을 수소문하면서 드러났다.
/노성우 기자 sungco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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