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케이블카 자료화면./사진=연합뉴스

지난 40년간 추진돼 온 설악산 케이블카 신규 설치 사업이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원주지방환경청은 2019년에는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했는데 양양군이 이후 행정심판을 제기해 환경청 결정을 뒤집으면서 환경영향평가서를 재보완할 기회를 얻어냈고 이번에 동의 의견을 받아낸 것이다.

1980년대부터 제안된 이 사업은 강원 양양군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지구의 산 정상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끝청까지 연장 3.3㎞ 케이블카를 놓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해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이자 김진태 강원도지사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의 남은 절차는 '500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으로서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이다.

이 같은 결정에 지역에선 "지역경제 활성화 계기를 마련했다"며 "환영"의 분위기다.

설악산국립공원은 2021년 기준 연간 191만8천여 명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그간 지역에선 국립공원을 보전하는 것뿐 아니라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문화재위원회의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 불허 결정을 뒤집을 때도 '문화재(설악산) 보존·관리에만 치중하고 활용은 도외시한 처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케이블카가 장애인과 노약자 등 이동 취약 계층이 산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돕고 '걸어서 산에 올라가는 사람'을 줄여 궁극적으론 환경피해를 줄인다는 목소리도 있다.

2010년 당시 정부가 국립공원 케이블카 시범사업을 추진한 명분 역시 '답압(踏壓·밟는 힘) 피해 예방'으로, 답압 피해는 탐방객이 산을 밟아서 생기는 피해를 말한다.

즉, 사람이 땅을 밟으면 흙과 흙 사이 공간이 줄어들어 흙으로 공기와 물이 잘 안 통하고 지렁이나 미생물이 다닐 길이 막혀 흙 속 영양분이 잘 순환되지 않아 생태계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색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역시 크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 예정지는 단순히 '국립공원 한 지역'이 아닌 산양·삵·담비·하늘다람쥐 등 법정 보호종 서식지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천연보호구역 등에 해당한다.

즉, 보전이 최우선이어야 할 '천혜의 자연'이라는 의미다.

게다가 그냥 국립공원이라 하더라도 '보전을 전제로 지속가능한 이용을 도모한다'는 국립공원 지정 취지를 고려하면 어떤 형태로든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케이블카 건설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를 검토한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된다"라고 강하게 비판했음에도 이 의견을 환경청이 반영하지 않은 점 역시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5년 국립공원위원회 공원계획변경 허가 당시와 비교해 노선이 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환경청은 상부 정류장 위치만 50m 아래로 조정됐을 뿐 6개 지주(기둥) 설치 위치 등은 그대로여서 사실상 입지가 같다고 봐야 한다고 환경청은 해명했다.

케이블카의 장애인·노약자 등 이동 취약 계층의 산 접근성 향상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무장애 탐방로(65개 구간 55.43㎞)가 전체 탐방로(617개 구간 2천11㎞) 2%에 불과해 산에 케이블카만 설치한다고 이동 취약 계층이 등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탈 수 있는 고속버스가 전체의 고속버스의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산 정상은커녕 산 입구까지 가는 것도 '언감생심'이라는 힐난까지 나오는 상황.

환경피해 저감에 대해서는 기존 탐방로 폐쇄 등의 조처가 병행되지 않으면 '어불성설'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례로, 1997년 정상 바로 밑 봉우리까지 곤돌라가 운영되기 시작한 덕유산국립공원이 제시됐다.

국립공원공단이 2015년 발표한 '국립공원 탐방로 이용압력지수'를 보면 1위가 곤돌라 도착지인 덕유산 설천봉에서 산정상인 향적봉까지 구간이다.

당시 국립공원공단은 "설천봉~향적봉 구간은 덕유산리조트 곤돌라로 산 정상부까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면서 "이 때문에 연간 70만 명이 방문하고 단체탐방객과 정상까지 오르는 탐방객 비율이 매우 높아 이용압력이 가장 심했다"라고 설명했다.

강원도는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됨에 따라 산지 전용 등 후속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해 내년 상반기 착공할 방침임을 밝혔지만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미래의 우리 아이들에게 되돌려줄 자연유산인 설악산을 제물로 삼은 환경파괴부", "전문기관의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사업을 허가한 데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등 반발이 커 앞으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