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폭' 소송 대법원까지 갔는데 인지 못했다?
'돈 봉투' 징계·군 면제·장인 비리 연루 등 또 다른 논란 가능성
▲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새 수장으로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 하루 뒤인 25일 전격 낙마하면서 경찰·대통령실 부실한 인사 검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청은 지난달 국수본부장 공모 지원자에 대한 서류심사, 신체검사를 거친 뒤 지난 17일 종합심사를 거칠 때까지 이번 사퇴의 결정적인 원인이 된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 폭력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그 결과 지원자 3명 중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낙점했는데, 경찰청은 정 변호사가 검사 시절 두 차례 징계를 받은 전력과 정 변호사 본인의 군 면제 의혹, 그리고 장인인 옛 새누리당 조진형 전 의원의 청목회 사건 등 인지했지만 결격 사유엔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의 추천을 받은 대통령실 역시 정 변호사의 아들 문제를 전혀 인지하지 못 한 채 임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25일 경찰청은 "사생활이어서 검증 과정에서 파악하기 한계가 있었다"며 해명했지만 정 변호사가 아들의 강제 전학 징계를 취소하려고 아들의 법정대리인으로서 4년 전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을 벌인 만큼 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게다가 정 변호사 인사 검증 과정에서 인지했던 이력을 경찰청과 대통령실이 문제 삼지 않은 것을 두고서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 정순신 변호사./사진=연합뉴스

정 변호사는 2017년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돼 검찰총장에게 경고를 받은 바 있다.

2017년 4월 당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 등 7명이 식사 자리에서 안태근 검찰국장에게 70만∼100만 원이 든 봉투를 받았다.

감찰 결과 이 전 지검장이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나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이었던 정 변호사는 단순 배석자였다는 점이 참작돼 경고 처분됐고, 경찰청은 이 전 지검장이 재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된 점을 고려해 정 변호사의 이 징계 전력을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정 변호사는 특별수사본부 근무 당시에도 소속 검사 지휘 책임을 물어 경징계를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은 이 징계 전력 또한 국수본부장직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시력·청력 등을 이유로 면제된 본인 병역 문제, 그리고 2011년 장인인 조 전 의원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에서 불법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돼 벌금형을 받았던 사건 역시 검증 대상에 올랐지만, 경찰청은 문제 삼지 않았다.

경찰청은 "충분히 알아보지 못하고 추천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곧바로 새 국수본부장 인선 절차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외부 공모한 정 변호사가 사퇴하면서 경찰청은 이번에는 내부 선발에 무게를 두고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이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을 예상한 듯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하는 한편 대행 체제를 확실하게 해 경찰 수사 지휘체계에 빈틈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정순신 변호사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자녀의 학교폭력 그 자체보다는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 점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25일 입장문에서 "아들 문제로 국민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2017년 한 유명 자립형 사립고 재학 시절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동급생에게 8개월 동안 지속적이고 심각한 언어폭력을 가했다가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동급생에게도 언어폭력을 가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게다가 정 변호사 부부는 아들의 징계를 취소하려고 소송전을 벌이고 학교폭력을 사과·반성하기보다는 변명하기에 급급한 태도를 보였다.

당시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정 변호사 부부는 아들의 진술서를 직접 교정하고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고 주장하는 등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의 책임을 최대한 줄이려 한 것으로 기록돼 공분을 자아냈다.

이에 학교폭력 사건을 포함한 경찰 수사 전반을 총괄해야 할 국수본부장으로서는 부적격이라는 비판도 함께 커졌다.

논란이 불거진 직후 25일 오전까지만 해도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던 정 변호사는 이후 정치권의 거센 사퇴 압박과 심상치 않은 여론에 결국 사의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의 수사를 총괄하는 국수본부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하는 것을 두고 경찰 조직이 술렁인 와중에 부실한 인사 검증이 겹치면서 전국 3만 수사 경찰을 대표하는 국수본부장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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