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오후(현지시간) 튀르키예 하타이 안타키아 시내 건물들이 지진으로 인해 무너져있다./사진=연합뉴스

튀르키예(터키)와 시리아에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덮친 지 일주일이 지났다.

21세기 들어 역대 6번째 많은 인명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된 이번 강진은 양국 공식 사망자 집계만 3만7천 명이 넘어섰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13일(현지시간) 튀르키예에서 사망자가 3만1천643명으로 추가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 서북부의 반군 점령 지역에서는 최소 4천300명이 숨지고 7천600명이 다쳤다고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밝혔는데, 시리아 정부가 밝힌 사망자 수를 합치면 시리아 내 사망자 수치는 5천714명이 넘는다.

그럼에도 생존자 구조 소식이 다행히 들려오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 카흐라만마라슈에서 10세 소녀가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83시간 만에, 무려 일주일을 넘기고도 구조됐다고 현지 하베르투르크방송이 보도했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이날 남부 하타이주 마을에서도 13세 소년이 182시간 만에 구조됐다.

튀르키예·오만 구조팀은 이날 오전 안타키야에서 매몰된 지 176시간이 지난 여성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 튀르키예 하타이주 안타키아 지역에서 생존자 구조 활동 등을 수행 중인 대한민국 긴급구호대의 모습./사진=대한민국 긴급구호대 제공, 연합뉴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까지 총 8명의 생존자를 구조했으며 시신 18구를 수습했다.

그러나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면서 희망이 점차 잦아들고 있다는 게 현지 분위기다.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생존자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내에서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연구한 레이노소 교수는 "잔해에 갇힌 사람은 5일이 지나면 생존할 가능성이 매우 낮아지며 예외도 있지만 9일 후에는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지의 추운 날씨는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전날 밤 튀르키예 지진 피해 지역의 기온은 영하 6도까지 뚝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은 카흐라만마라슈의 7개 지역에서 구조 작업이 종료되고 이제 매몰자 구출 대신 살아남은 생존자들에 대한 후속 지원 쪽으로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재 지진 생존자들은 영하의 추위와 배고픔, 추가 여진 우려, 식수 부족, 열악한 위생 상태 탓에 '2차 재난' 위험 속에 놓여있다.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에서는 성인들에게 전염성이 무척 강한 피부병인 '옴'이 발병한 데다, 어린이들은 설사에 시달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이 보도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탈 행위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튀르키예 8개 주에서 하루에만 최소 48명이 약탈 등의 혐의로 체포됐고, 하타이주에서는 구호단체 직원을 사칭해 트럭 6대분의 식량을 가로채려 한 사건도 발생했다.

튀르키예 정부의 늑장·부실 대응에 현지 대중의 분노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튀르키예 경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거짓 정보를 토대로 정부를 비난한 이용자 5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강진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 중의 하나인 시리아 서북부 반군 지역에 대한 구호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유엔에 따르면 이번 강진으로 시리아에서만 530만 명이 거처를 잃었고, 현재까지 20만 명이 피해 지역을 떠났다.

전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도주의적 지원을 받는 튀르키예와 달리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시리아는 상당수 국가로부터 직접 원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

13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를 찾은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 도시는 지난 10여년간 내전의 주요 전선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이곳 주민들은 최악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샤르 알아사드가 이끄는 정부 지역에서 반군 지역으로 구호 물품이 수송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시리아 북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무장세력 간의 갈등은 구호 활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반군 내 최대 파벌이자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의 후신인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정부군 통제 지역에서 반군 장악 지역으로, 구호 물품이 수송되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에는 쿠르드 세력의 구호 차량이 서북부 지진 피해 지역으로 가려다가 튀르키예의 지원을 받는 무장 세력의 저지를 받아 물품을 전달하지 못한 채 돌아가기도 했다.

위생이 악화하고 깨끗한 물 공급이 어려운 시리아 피해 지역에서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