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사는 오랜 벗이 인천을 찾았습니다. 주말 동안 내 일터인 남동유수지에서 만난 혹부리오리, 민물가마우지, 한국재갈매기, 큰부리까마귀 백로, 집짓기에 한창인 까치 등 새들을 보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공장지대 사이의 상상도 못 했던 작은 녹지 속 자연에 놀라워했습니다.
다음날 배웅 가던 길에 젊은이들이 모이는 구월동에서 “이곳이 번화가야”라며, 벗과 함께 식당을 찾아 길을 거닐었습니다. 일요일 낮이라 대부분의 음식점이 닫혀 있었고 지난밤이 상상이 가는 흔적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광장은 다양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습니다. 친구에게 밤엔 정말 핫한 곳이라며 괜한 변명을 저도 모르게 계속 늘어놓았습니다.
어릴 적,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집과 학교에서 배운 교육은 잊었던 걸까요? 아니면 코로나가 만든 사회적 현상일까요? 저는 이 부끄러움을 계속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엔 부끄럽다는 것보다 '미안하다'는 말이 맞는 건지도 모릅니다.
남동유수지는 인천시 남동구와 연수구의 경계에 있습니다. 관할 지역은 남동구입니다. 연수구와 송도동 사이, 남동산업단지 끝자락 도로에 있습니다. 관할 지역의 경계, 주거지와 공장지대 경계, 하천과 바다 경계에 있는 남동유수지 습지. 평일 낮이면 도로 양쪽에 트럭이며 관광버스들이 서 있어 주차공간도 없습니다. 낮에는 노동자들이 잠시 들려 담배 한 대 피우고 다시 일터로 되돌아가는 휴식공간이 되기도 하고 술자리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은 남동유수지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릅니다. 단지 꽁초를 마음껏 버리며 스트레스를 날리는 풍경 좋은 곳일 뿐입니다. 생명을 품어 키워내는 곳이라는 사실을 아는 노동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6000여 마리가 남아 있는 멸종위기생물 1급 저어새가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새끼를 품고 키워내는 곳이 남동유수지의 작은섬과 큰섬입니다.
저어새 생태학습관에 근무하며, 쓰레기를 줍는 일은 일상이 되었으며, 주워도 끝이 없는 작업으로 남아 있습니다.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거리를 집게와 큰 마대자루를 들고 나서면 다양한 쓰레기가 가득 채워지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허리가 뻐근할 정도로 줍습니다.
주워도 주워도 남동유수지 주변엔 여전히 쓰레기기 가득하고 담배꽁초, 캔, 플라스틱 커피잔, 타이어, 보닛, 과자봉지, 건설 폐기물, 심지어 타 지역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봉투가 무단 투기돼 버려집니다. 이 쓰레기들은 도로와 인도를 뒤덮고 바람에 날려 남동유수지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생물의 다양성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성을 가진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무관심과 쓰레기가 마구 버려지는 곳이 바로 세계적 멸종위기 동물이 살아가는 곳입니다.
저어새는 나뭇가지들과 풀줄기 등으로 둥지를 만듭니다. 새끼가 자라나 둥지가 좁아지면 더 많은 나뭇가지를 가져와 둥지들을 넓히고 높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부드러운 풀들을 가져와 채웁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가 버린 쓰레기가 둥지재료로 쓰입니다. 버려진 쓰레기는 저어새의 번식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칩니다.
곧 돌아오는 저어새를 위해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쓰레기를 줍는 일보다 버리지 않는 일입니다. 또한 관할 지자체인 남동구와 남동산단의 도로 관리 인력 배치와 정기적인 쓰레기 수거는 큰 도움이 됩니다. 힘을 모아주세요. 저어새NGO네트워크와 저어새 생태학습관에서는 2월18일과 26일은 번식을 위해 돌아오는 저어새들을 맞이하는 활동을 합니다. 18일 토요일 오전 8시는 환경정화 활동, 26일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저어새 둥지 정비와 재료 넣어주기를 합니다. 누구나 저어새를 도와주고 싶은 분들이라면 환영합니다. 장갑과 집게를 가져오시면 더욱 좋습니다. 그럼, 봄과 함께 찾아올 저어새를 위해 힘을 모아 으쌰~ 으쌰~ 해보시렵니까?
/김미은 저어새네트워크&저어새와 친구들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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