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괴된 건물 잔해 더미 근처에서 노숙 중인 지진 피해자들./사진=AF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내륙을 뒤흔든 강진 피해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튀르키예(터키)에 전 세계에서 구호물자가 쇄도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는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 BBC방송 등 8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튀르키예는 구호물자 확보보다 도로, 항구 등 기간시설이 파괴된 지역까지 운송이 무엇보다 큰 난제이다.

땅길, 바닷길, 하늘길이 모두 심한 정체 상태로, 규모 7.8 지진에 이어 추가 강진과 여진을 튀르키예 주요 도로·교량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이런 상황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기온이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고 폭설까지 내려 육로 이동이 더 악화한 상황.

피해지로 통하는 튀르키예 남부 이스켄데룬 항구는 이번 지진으로 주변 도로가 파괴되고 컨테이너가 넘어져 폭발까지 발생해 현재 운영을 중단됐다.

튀르키예의 다수 공항들도 지진 발생 이전 악천후 때문에 이미 정체된 물자들에 대처에 구호품까지 손이 모자란 상황이다.

구조·수색 요원을 실은 항공기가 더 급해 화물기가 뒤로 밀리면서 수송에 어려움을 더한다는 관측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대형재난 뒤에 온정 때문에 으레 뒤따르는 관행도 구호품 정체에 한몫한다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수신자를 명기하지 않고 선의로 보낸 구호품의 경우, 공항에서 아무도 찾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이 같은 구호품의 총체적 정체 때문에 정작 피해지에서는 지진의 위협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이들까지도 다시 위기에 몰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진이 강타한 튀르키예 남부, 시리아 북부에 물, 식량, 연료 등 필수품이 떨어져 약 2만3천여 명의 생존자들이 2차 재난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강진으로 취약해진 건물이 여진이나 자체 압력을 이기지 못해 붕괴할까 봐 강추위 속에 노숙할 수밖에 없다.

▲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구조 활동이 지속하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는 필사의 수색이 이뤄지는 현장에선 이런 상황에 절망과 분노가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에 따르면 튀르키예 남부 안타키아 등지에는 구급차 등 물자가 부족해 시신이 몇 시간씩 거리에 방치됐고, 망치 같은 도구로 직접 잔햇더미를 치워가며 가족의 시신을 손으로 파내는 이들도 목격되기도 했다.

이는 부족한 물자를 생존자 구조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구호요원들의 방침 때문에 빚어진 사태였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골든타임이 임박한 상황에서 잔해 속 생존자의 구조 요청 목소리가 지원 정체로 점점 희미해지다 사라진 곳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노유진 기자 yes_ujin@incheonilbo.com